강은주
기자

등록 : 2018.01.14 00:05

“사랑의 파김치 배달부 김금순 할머니, 칭찬합니다!”

등록 : 2018.01.14 00:05

사랑의 파김치 배달부 김금순(70)씨.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김광원기자 jang070107@hankookilbo.com

12월 초, ‘감기쯤이야’ 하다가 결국 입원했다. 병원 밥맛이라는 게 심심해서 입맛이 없었다. 입원한 K병원의 김치가 먹을 만했다. 며칠 동안 병동을 청소하시는 미화부 할머니가 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셨던가 보다. 퇴원하는 날 아침, 파김치를 한 통 담아오셨다.

“많이 먹고 빨리 나아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화장실에 가서 몰래 펑펑 울었다.

친정엄마는 막내로 자란 나를 늘 안쓰러워하셨다. 결혼 이후에도 김치와 된장, 고추장 등 반찬은 친정엄마의 몫이었다. 몇 해 전 낙상으로 허리를 다쳐 자리에 누우신 엄마. 그날 아침, 타임머신을 타고 그립고 그립던 과거에서 친정엄마와 마주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 감사의 주사 한 방이 강력한 감기바이러스를 퇴치했다.

‘사랑의 파김치 배달부’ 김금순 할머니(70. 대구 남구 대명3동)는 안동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그 시절은 누구나 그랬지만 선도 안 보고 시집을 갔다. 순탄치만은 않은 인생이었다. 인생의 파고를 할아버지와 함께하며 해로하고 있다.

슬하에 아들 셋을 두었다. 회사 퇴직 후 20년째 청소일 을 하고 있다. 현재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한다. 3층 23개 병동을 청소한다. 본디 부지런한 성격에 타고난 건강체질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42년간 한 동네 토박이로 살았다. 모르는 이웃도 없다. ‘남 챙기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했다. 먹는 것에서 인심 난다고 이웃 할머니들과 음식 나눠먹는 것은 얘깃거리도 안 되는 그저 일상이라고.

“딸이 없어 짠한 마음에 김치 한 통 담가준 것뿐인데. 아무 것도 아닌 일을 이렇게 칭찬해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나누면 그게 행복이지요.”

살다 보면 바닥으로 툭 떨어질 때가 있다. 작은 격려와 말 한마디에 다시 용기를 낸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행운도 만난다. 희망을 소환한다. 작지만 위대한 인간미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파 한 단에 담가온 넓고 깊은 정성으로 삶의 원동력을 회복했습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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