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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 포장 문화를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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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 포장 문화를 엿보다

입력
2017.06.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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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종의 부인인 효현왕후를 왕비에 책봉하며 내린 교명과 이를 포장하는 데 쓰인 봉과 물품.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헌종의 부인인 효현왕후를 왕비에 책봉하며 내린 교명과 이를 포장하는 데 쓰인 봉과 물품.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조선시대에는 왕과 왕비에게 존호(덕을 기리며 바치는 칭호)를 올릴 때 옥조각에 그 내용을 새긴 뒤 여러 장의 판으로 엮은 ‘옥책’을 만들었다. 옥책은 재료 자체가 무거워 훼손되기 쉬웠고 왕실에서는 옥판끼리 마찰을 방지하는 작은 솜보자기인 격유보를 그 사이에 넣었다. 이를 모두 엮은 뒤에는 형태가 잡힌 갑으로 싸서 내함과 외궤에 넣었다. 갑과 내함, 외궤는 모두 각각 보자기로 감싸 보관했다.

이처럼 조선왕실에서는 일상생활과 의례에서 쓰이는 여러가지 물건을 제작하면서 용도에 맞게 포장하는 데도 각별한 공을 들였다. 포장은 단순한 외피가 아닌 내용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옥책을 감싸는 데 사용했던 비단보자기를 비롯해 왕실의 포장 문화를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의례용 인장인 보인, 서책 등을 포장할 때 사용한 유물과 포장을 담당했던 관청인 상의원을 소개하는 전시인 ‘조선왕실의 포장 예술’ 특별전을 27일 개막한다.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전시 개막에 앞서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선시대 왕실의 포장 기법을 보면 화사하고 격조가 높다”며 “조선왕실이 다양한 물품을 어떻게 포장했는지 살필 수 있도록 전시를 꾸몄다”고 말했다.

조선왕실에서 사용했던 봉황 무늬 보자기.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조선왕실에서 사용했던 봉황 무늬 보자기.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장신구를 포장했던 용구들과 왕실 가례 때 쓰인 봉황무늬가 들어간 대형 보자기, 현종의 딸인 명안공주(1667∼1687)의 혼례품을 감싼 검은색 구름무늬 보자기 등 궁중 일상생활용품의 포장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헌종의 후궁인 경빈 김씨(1831∼1907)가 기일에 입는 복식에 대해 궁체로 쓴 책과 이 책을 담은 상자, 잘 포장된 혼례품을 운반하는 장면을 묘사한 의궤, 신정왕후(1808∼1890)의 팔순을 기념해 열린 잔치를 그린 병풍도 전시된다. 박물관 지하에 마련된 기획전시실에서는 조성왕실의 포장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 작가 24명의 공예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도 함께 열린다.

영친왕비의 장신구를 포장하는 데 쓰인 용구.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영친왕비의 장신구를 포장하는 데 쓰인 용구.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왕실에서는 국가의례에 쓰이는 물품 포장은 ‘붕과’라는 의식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진행됐고, 포장을 할 때 민간과 구분되는 색과 재질을 사용했다”며 “이번 전시는 내용물의 중요성에 가려 그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조선왕실의 아름답고 실용적인 포장 예술을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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