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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회 “수사권 조정이 거래로 변질, 형식적 검찰 개혁되면 곤란”

입력
2018.04.12 18:2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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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특수수사 기능 남기는 건

갈등 줄이면서 문제 풀려는 것

미흡하다는 평가 나올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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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비리•다스 의혹 덮기 등 전력

검찰도 공수처엔 반대 명분 없어

시간 걸리더라도 결국 출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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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땐 열린우리당 소극적

지금 민주당은 당론으로 정하고

찬성 여론 높아 검찰개혁 기대감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우한 기자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우한 기자

촛불시민들은 ‘적폐 청산’ 1호로 검찰을 지목하고 검찰개혁을 맨 앞에 놓았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검찰이 있었던 것을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 권한의 분산과 견제를 위한 제도화다. 그 점에서 검찰개혁을 처음 시도했던 참여정부의 작업은 실패로 끝났다. 정치검찰을 청산하지 못한 결과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민주주의 후퇴로 나타났다. 10년 만에 다시 추진되는 검찰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의 공저자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검찰개혁을 주제로 대화했다. 그는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서 사법개혁을 추진하며 검찰개혁 작업을 지켜보기도 했다.

-참여정부 때에 비하면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매우 높다.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도 강하다. 아마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일은 없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청와대에서 권력기관 개혁 작업을 꿰차고 추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차이다. 참여정부 때는 검찰개혁에 대한 당위성과 목표는 있었지만 로드맵이나 구체적 계획은 서있지 않았다. 지금은 조국 민정수석이 전체적인 틀을 짜면서 이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챙기고 있으리라고 본다.”

참여정부 검찰개혁 실패의 한 원인으로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꼽는 사람이 많다. 검찰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경유착의 실체를 밝혀내 검찰 신뢰가 높아지면서 검찰개혁 주장이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수사 불간섭 지시가 있었다. 후에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주면 검찰이 바뀔 거라는 생각은 순진했다. 제도적 개혁을 하지 않은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고 후회했다.

-당시 국민의 성원을 업고 검찰이 개혁에 완강하게 반발했다. 지금 검찰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적폐 수사’가 끝나자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 않나.

“참여정부 때 검찰의 행태에 비하면 지금은 반발이랄 것도 없다.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은 ‘내 목을 쳐라’고 까지 하지 않았나. 현재는 검찰 내부에서도 국정농단의 충격이 크다. 결국 우병우 쫓아가다 망한 건데 개혁이 시대적 당위라는 건 잘 알 것이다. 문무일 총장도 검찰수장이니까 그 정도로 얘기하는 것 아니겠나.”

-검찰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총장은 처음에는 위헌 논란을 주장하다 얼마 안돼 철회했다. 검찰에 타격이 적은 공수처는 내주고 대신 수사권은 유지하자는 전략 아닌가 싶다.

“공수처는 다른 검찰개혁안에 비해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 검찰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우병우 뿐 아니라 홍만표, 진경준 전 검사장 등의 비리를 전혀 막지 못했다. 벤처 검사니 스폰서 검사니 하는 전력 때문에 꼼짝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10년 전에 MB 다스 실소유주 의혹도 덮은 게 드러나지 않았는가. 반대할 명분이 전혀 없다.”

-정치권에서는 유일하게 공수처 설립에 자유한국당만 반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옥상옥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 실은 공수처가 생기면 자신들이 주요 타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명분 없이 반대하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자유한국당 법사위원 대부분이 검찰 출신이라 검찰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대변해 주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리 부패의 심각성을 국민들이 얼마나 뼈저리게 느끼는지 알기 때문에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시간이 조금 걸리고 일부 대상이나 규모가 약간 조정될 수는 있겠지만 출범은 될 것이다. 공수처가 일단 출범해 부패 척결을 잘해나가면 자연스레 기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검찰이 완강하다. 실제 검찰 간부들을 만나보면 엄청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가급적 수사권 조정을 축소하거나 늦추고 싶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문 총장이 전제조건으로 자치경찰제를 내세우는 것도 그런 이유 아니겠나.

“경찰 비대화에 대한 우려 차원에서 자치경찰제를 언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로드맵 상 수사권 조정과 시기적으로 일치시키기는 어렵다. 중앙경찰과 지방경찰 권한 분배, 지자체와 지방경찰과의 관계 등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하고 일단 시범실시도 해봐야 한다. 전국적인 시행까지 몇 년이나 걸릴 지 알 수 없는 자치경찰제를 수사권 조정과 연계하는 것은 내심 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수사권 조정 잠정안은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유지하는 대신 수사 지휘권 포기와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부여 등이 골자다. 특히 검찰에 일부 특수수사 기능은 남긴다고 한다. 수사권 조정의 대원칙인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는 점에서 보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에 수사권을 남긴다는 게 가장 걸린다. 사실 검찰은 98%에 이르는 일반 형사사건에는 관심이 없다. 선거사범과 공안사범, 경제사범 등 중요 사건에 대해 수사권한을 갖고 싶은 것이다. 2,000명의 검사와 6,000명에 달하는 수사관이 그대로 있으면서 축소된 형태지만 특수수사를 계속 한다고 하니까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책 책임자 입장에서는 갈등을 줄이면서 문제를 풀려 하겠지만 밖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수사권 조정이라는 게 검찰의 권한 내주기여서 어느 정도 타협은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실적내기란 측면에만 매달리다 보면 본질은 사라지고 어정쩡한 형태가 될 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문 총장 태도나 청와대에서 나오는 반박을 지켜보면서 수사권 조정이 자칫 거래 비슷하게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촛불혁명의 바탕에 깔린 것은 민주주의와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인데 협상이 길어지면서 알맹이는 없고 형식적인 검찰 권한 분산이 될까 걱정이 된다. 국민 편익과 인권보호 관점에서 나아지는 것이 별로 없는 상황이 돼서는 곤란하다.”

-검찰이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찰의 낮은 인권의식에 대한 불신이다. 많은 국민도 공감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근 경찰이 친인권적 수사 개선안을 내놓고 있으나 크게 안심이 되지는 않는다.

“경찰에 선뜻 많은 권한을 주기 어려운 심리적 반감이 분명히 있다. 그런 불신을 없애려면 자치경잘제를 통한 수평적 분권과 경찰위원회를 통한 문민 통제, 인권친화적 수사 관행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경찰위원회는 지금처럼 경찰청장 자문기구가 아니라 경찰 예산과 행정을 결정하는 실질적 권한을 갖는 기구여야 한다. 경찰청장도 위원회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경찰청장이 대통령이 아닌 위원회에 책임을 지게 돼 권력의 입김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다.”

-문 총장이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 패싱’ 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검찰을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했다는 얘긴데, 물론 논의 초기부터 검찰을 끌어들였을 때 헝클어질 가능성이 큰 건 사실이나 그래도 어느 정도 의견 수렴 과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청와대나 법무부에서 가급적 검찰을 설득해서 추진하는 것이 제도 안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법무부 장관과 행자부 장관이 함께 조정작업을 하는 모양인데 아마 참여정부 때의 경험이 바탕이 된 것 같다. 당시 공개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시끄럽기만 하고 결실을 맺지 못했다. 지금의 검찰 패싱 논란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사소한 마찰이다. 문 총장도 전혀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용이나 절차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얘기하는 것인데 전체적인 흐름에는 별 장애요인이 안 된다.“

-정부안이 어렵게 마련된다 해도 결국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검찰개혁이 마무리된다. 국회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하고 있는데 지지부진하다. 그래도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를 외면할 수는 없지 않겠나.

“국회는 예측이 어렵다. 전혀 진척이 없다가도 순식간에 해결되기도 한다. 다행인 건 여당인 민주당이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검찰개혁에 소극적이었다. 이번엔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에 대한 당론도 정하고 해서 기대해볼 만하다. 야당이 무조건 반대하고는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검찰개혁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아 마냥 안 된다고는 못할 것이다.”

인터뷰=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김인회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호사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활동하며 문 대통령과 알게 돼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시민사회비서관 등을 지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 참여해 사법개혁에 일조했다. 현재 인하대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주권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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