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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서킷에서 만난 럭셔리 SUV, 벤틀리 벤테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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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서킷에서 만난 럭셔리 SUV, 벤틀리 벤테이가

입력
2018.04.2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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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의 고성능 SUV, 벤테이가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만났다.
벤틀리의 고성능 SUV, 벤테이가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만났다.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벤틀리의 럭셔리 SUV, 벤테이가를 만났다.

벤틀리 모터스의 회장 겸 CEO 볼프강 뒤르하이머(Wolfgang Dürheimer)는 벤테이가 공개에 앞서 “벤테이가는 SUV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벤틀리의 전통을 지키고 있으며 벤틀리의 새로운 미래다” 라며 벤틀리의 첫 SUV에 대한 자부심을 들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에게 있어 수익성이 높은 SUV의 개발과 시장에서의 성공은 말 그대로 ‘브랜드의 성장’을 의미하는 차량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람보르기니, 페라리마저도 SUV를 개발하는 상황이니 참으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벤틀리 코리아가 국내 자동차 관련 기자들을 대상으로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벤테이가 트랙 익스피리언스’를 개최하고 서킷에서의 벤테이가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연 벤테이가는 서킷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bently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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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스러운 SUV, 벤테이가

벤테이가는 말 그대로 거대하고 또 럭셔리한 SUV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5,140mm에 이르는 긴 전장과 2,224mm의 전폭 그리고 1,998mm의 전고는 여느 플래그십 SUV와 비교를 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는 우람한 체격이다.

이 우람한 체격 아래 벤틀리의 디자이너들은 벤틀리 고유의 디자인, 그러니까 네 개의 원형 LED 헤드램프와 대형 매트릭스 그릴을 시작으로 과감한 라인과 근육질 차체는 벤틀리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측면에서 보더라도 높은 그래픽 라인이 눈에 들어오지만 여느 벤틀리에서 볼 수 있던 실루엣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후면 디자인 역시 벤틀리 고유의 감성이 잘 드러나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넉넉한 체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후면 범퍼 등을 적용해 차량의 크기감을 적극적으로 과시하는 모습이다.

실내 공간 역시 호화스러운 감성을 그대로 이어간다. 고급스러운 컬러의 가죽 소재로 채워진 실내 공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치품을 보는 기분이다. 벤틀리 측의 설명에 따르면 럭셔리 카펫 옵션, 일곱 가지 수 제작 베니어 옵션은 물론, 열 다섯 가지 인테리어 트림 가죽을 제공해 고객의 취향에 따라 마감을 선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뮬리너(Mulliner)의 장인들에 의해 고객의 요청에 따라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출시와 동시에 주문 가능한 뮬리너 햄퍼 세트나 차량 고정밀 전용 와인딩 메커니즘을 적용한 브라이틀링의 ‘뮬리너 투르비용’ 또한 적용되어 그 가치를 강조한다.

다만 공간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든다.

1열 공간의 경우에는 체격이 큰 성인 남성이 최적의 시트 포지션을 구현하는 데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고 또 그 만족감이 좋은 편이지만 기본적인 시트의 높이가 다소 높고 허벅지 시트가 짧은 편이었다. 게다가 2열 공간은 외형에서 보았을 때보다 공간 자체도 다소 협소하고 체감되는 개방감도 다소 아쉬웠다.

차량을 살펴본 후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피트의 작업 구역으로 이동했다.

세이프티 카를 시작으로 총 네 대의 벤테이가가 주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니 서킷 드라이빙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 및 주행 중 차량, 서킷에 대한 가이드를 담당할 김종겸 인스트럭터를 만날 수 있었다.

김종겸 인스트럭터는 한국의 모터스포츠를 이끌, 그리고 지금도 이끄는 차세대 주자다. 젊은 나이임에도 국내 베테랑 드라이버들 사이에서 출중한 기량을 뽐내고 있으며 올 시즌은 아트라스BX 레이싱 소속으로 국내 최고 클래스인 ‘슈퍼 6000 클래스’에 출전한다.

김종겸 인스트럭터에게 시트 포지션 및 서킷 주행에 대한 가이드를 받고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기술로 구현한 압도적인 주행

주행 순서에 맞춰 벤테이가의 시트에 올랐다. 시트에 앉아 시트 포지션과 아웃사이드 미러 등을 조율하고 본격적인 주행 채비를 마쳤다. 김종겸 인스트럭터는 “아무래도 세이프티카를 따르기 때문에 100%의 페이스로 주행이 어렵지만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특유의 복합 코너 등에서 주행 성능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벤테이가의 드라이빙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단순히 600마력을 내는 V12 엔진이 주는 가속력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엑셀레이터를 밟는 순간, 육중한 SUV 특유의 반응 이후에 압도적인 가속력을 과시하며 코너를 향해 질주하는 모습이다. 물론 예상한 수준이었지만 확실히 육중한 차체를 몰아세우는 그 출력은 무척 인상적이다.

넉넉한 배기량 덕에 가속에는 부침은 결코 없다. 원하는 만큼 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정지상태에서 4.1초 만에 가속하는 건 굳이 서킷이 아니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데다가 테크니컬 서킷으로 분류되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가속력이나 최고속에 초점을 맞출 이유가 없다.

변속기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부드러움으로 무장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생각할수록 기특하고 대견한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압도적인 출력을 매끄럽게 전달하는 것도 만족스러운 수준인데, 변속 순간의 충격이 정말 느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게 억제된 점은 벤틀리가 얼마나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체면을 고려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육중한 체격, 강력한 출력을 제대로 날뛰게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동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반대로 브레이크는 또 출력이 높고 차량이 무거울수록 부담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벤테이가의 브레이크는 제동력에서는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실제 내리막 구간 직후 이어지는 코너 앞에서 벤테이가는 네 바퀴를 제대로 움켜쥘 줄 알았고, 또 강력한 제동 상황에서도 전후, 좌후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 브레이크 시스템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속성에 있었다.

서킷 주행 자체가 세이프티 카의 뒤를 따르며 진행되었던 만큼 차량의 성능이나 움직임을 100% 이끌어낼 수는 없었지만 격한 제동 상황은 곧잘 만들 수 있었다. 처음 몇 번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강하고 굳건한 제동력을 맛볼 수 있었는데 수 차례 격한 제동이 이어지자 제동력이 확연히 떨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주행을 마치고 벤테이가에서 내렸을 때에는 네 바퀴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벤테이가의 주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움직임에 있다.

차량의 성향자체가 서킷 등의 주행에 초점을 맞춘 차량은 아니기 때문에 조향에 대한 반응이나 조향 시의 피드백이 노골적이고 원초적인 자극을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조향에 따라 코너를 파고들면 으레 발생할 롤링을 정말 극적으로 억제하며 최적의 밸런스를 조율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대형 SUV들은 특별한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댐핑 스트로크를 길게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벤테이가 역시 마찬가지로 일상 속에서는 더욱 여유로운 주행을 위해 긴 스트로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트랙 위에서, 그리고 코너에서의 벤테이가는 운전자의 의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하체의 움직임을 정말 정밀하고 견고하게 조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네 바퀴 안쪽에 자리한 서스펜션 시스템에 전기 모터와 컨트롤 모듈이 적용되어 주행 상황, 주행 모드 등에 따라 댐핑의 강도, 스트로크의 활용 범위 등을 스스로 조율하는 것이었다.

다이내믹 라이드로 명명된 이 기술을 통해 벤테이가는 코너를 파고드는 순간 대형 SUV라는 겉모습을 잠시 숨길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놀라운 점은 제어의 정도와 그 반응 속도다.

특히 연석과 일반 코스를 오가며, 혹은 언더스티어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흔드는 쏘잉의 상황에서도 최적의 셋업을 찾으려고 부지런히 노력하고, 또 그로 인해 한층 안정적으로 코너를 파고들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어 ‘기술의 발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상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레이아웃을 고려한다면 벤테이가 같이 거대하고 무거운 SUV에게다이내믹 라이드가 탑재되지 않았다면 매 코너마다 거대한 롤링과 피칭에 허우적대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보조로 인해 벤테이가의 주행은 그리 재미있는 편은 아니다. 빠르게 달리고 또 과감하게 제동을 하더라도, 그리고 코너를 격렬하게 파고들 때에도 운전자가 느끼는 감성은 ‘편안함’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벤테이가에게 원초적인 재미를 요구하진 않을 것이다. 그것은 벤테이가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알기 때문이다.

벤틀리를 잇는 SUV, 벤테이가

벤테이가는 럭셔리 SUV다. 프리미엄 스포츠 SUV라는 식의 수식어, 표현 등은 올바르지 않다. 과거부터 이어지는 전통의 GT 브랜드, 벤틀리의 감성과 시대의 흐름인 크로스오버의 조합을 절묘하게 구현했을 뿐이다.

과거의 것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과거의 차량들은 하드웨어 적인 구성이나 구조를 통해 드라이빙을 구현했다면 벤테이가는 거대한 체격의 SUV라는 그릇 내에 그 매력을 담기 위해 기술이라는 첨가제를 더한 것뿐이다. 그 이유를 체험한 만큼 벤테이가에게 그외의 수식어를 부여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저 벤테이가는 ‘벤틀리 벤테이가’일 뿐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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