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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실질소득 7년 만에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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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실질소득 7년 만에 줄어

입력
2017.02.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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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0.4%, 빈부 격차 심화

상위 20%는 오히려 소득 늘어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2016년 경제 성장률은 2.7%다. 그러나 지난해 가계의 실질 소득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빈곤층 소득은 많이 감소한 반면 부유층 소득은 늘면서 빈부 격차는 더 심해졌다. 국민들이 지갑을 닫으며 가계 지출도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가계가 아니라 대기업과 외국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24일 통계청의 ‘2016년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0.4% 감소했다.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3%) 이후 7년 만이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2012년 3.9%, 2014년 2.1%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 조선과 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면서 근로소득(1.0%)과 사업소득(1.5%) 증가율이 1%대에 그친 점이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률은 2%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계소득은 사실상 0%대의 정체 국면에 머무르며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전체 경제 성장의 과실이 가계의 몫으로 돌아가지 않고 일부 대기업과 외국인 투자자 등에게 귀속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이 정체되자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36만1,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0.4% 감소했다. 가계지출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의류ㆍ신발(-2.4%), 식료품(-1.3%) 등의 지출 감소폭이 컸다. 안 입고 안 먹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평균소비성향도 71.1%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전체소득 중 세금과 연금을 뺀 ‘처분가능소득’에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일컫는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과 임금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1,344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소비를 짓누르고 있다”며 “가계가 가처분소득의 26% 안팎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다 보니 소비를 할 여력이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하면서 노후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중장년층이 불안감에 소비보다 저축을 확대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저소득층의 생존 기반이 위협받고 있다는 데에 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144만7,000원으로, 전년보다 5.6% 감소했다. 지난해 임시ㆍ일용직 근로자가 전년 대비 6만9,000명 줄어들며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9.8%나 감소한 결과다. 이에 따라 1분위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105.6%로, 100%를 넘어섰다.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은 100만원인데 실제로는 105만원 이상 지출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 소득도 0.8% 감소했다. 반면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834만8,000원으로 오히려 1년 전에 비해 2.1% 증가했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며 간극은 더 벌어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처분소득 감소가 저소득층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제일 심각한 문제”라며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위한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양 교수도 “가계 부문의 소득정체와 소비절벽은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늘지 않고 월급도 정체돼 있기 때문”이라며 “고용과 임금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기업에겐 정부가 일정한 지원금을 주는 등 가계 전체의 구매력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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