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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침몰 위기... “폐족의 길 걷게 될라” 대오 다잡기 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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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침몰 위기... “폐족의 길 걷게 될라” 대오 다잡기 부심

입력
2016.12.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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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ㆍ최경환 막판 표 단속 무위

예상 넘은 압도적 표차에 당혹

친박 일색 최고위 긴급회의

“비박들 비대위 일방 구성 안돼”

당 수습 과정서 勢규합 나설 듯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석 한 뒤 침통한 표정으로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석 한 뒤 침통한 표정으로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친박계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예상 외의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되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 본회의 표결 전까지 통일된 논리로 표 단속에 나서는 등 아직은 단일대오를 유지한 모습이었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이날 탄핵안 표결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몰려 하고 있다”며 당내 동료의원들에게 탄핵 부결을 공개 설득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20년 동안 단돈 1원도 자신을 위해 챙긴 적이 없는 지도자”라며 “국정조사와 특검이 이제 막 시작된 상황에서 탄핵은 정치적ㆍ법적ㆍ인간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의원총회 발언도 같은 취지로 했다.

이정현 대표도 의총에서 “탄핵 사유에 대해 명확한 입증 자료나 사실이 없고, 대통령 직접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적어도 1심 정도의 법원 판결 후에 죄가 있다 없다 판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친박계가 이같이 통일된 논리를 펼치자 막판 표 단속을 위해 사전에 말 맞추기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표 단속에도 탄핵안 가결을 위해 필요한 비박계의 28표를 훌쩍 뛰어 넘어 여당에서만 총 62표의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되자 친박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계파 맏형 격인 서청원 전 최고위원은 표결에 참여한 뒤 굳은 표정으로 말 없이 본회의장을 떠났다. 탄핵안이 가결되자 이정현 대표는 양 팔을 팔걸이에 기댄 채 힘없이 자리를 잠시 지키다 서둘러 본회의장을 떠났다. 친박 돌격대로 불리는 조원진 최고위원도 착잡한 표정으로 자리를 뜬 뒤 기자들을 만나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통과하는 순간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물리적으로 거세게 반발했던 친노계와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의원 300명 가운데 유일하게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최경환 의원은 “원래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했고, 탄핵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극심한 국정혼란을 초래한다고 봤기 때문에 투표 불참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계는 예상 외로 이탈표가 많자 흐트러진 대오를 다잡는 데 부심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은 당에서 주류, 비주류 통틀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비대위 구성에 친박계가 관여하지 않겠다던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 대표도 탄핵안 가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12월 21일 이전에도 물러날 용의가 있다”면서도 “정진석 원내대표와 둘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정 원내대표와 동반 퇴진하지 않을 경우 개헌 및 대선 정국에서 계파의 이익을 관철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계는 이날 본회의가 끝난 뒤 별도 회동을 갖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 동안 여론 동향을 살핀 뒤 살 길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계파의 구심점인 박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고 ‘탈박’ 현상이 확인되면서 친박계가 결국 폐족의 길을 걷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가 여전히 다수파이고 막강한 당내 조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돼 당권 사수와 기득권 유지를 위해 세를 규합한다면 앞으로 비박계와 팽팽한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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