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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자구안 타결… 채권단 “기한 넘겨 법정관리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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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자구안 타결… 채권단 “기한 넘겨 법정관리 신청”

입력
2018.04.10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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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안에 채권단 요구 반영 여부가

최종 법정관리행 분수령 될 듯

정부와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에 요구한 자구계획안 및 노사확약서 제출 마감일인 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 정문 앞을 회사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정부와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에 요구한 자구계획안 및 노사확약서 제출 마감일인 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 정문 앞을 회사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STX조선해양 노사가 자구계획안과 노사확약서 제출 시한인 9일 자정을 넘기고 10일 새벽극적 타결을 이뤘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일단 STX조선 측이 제출 기한을 어긴 만큼 당초 계획대로 법정관리 신청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10일 제출될 자구안 내용이 채권단 요구를 충족하는지 여부가 최종적인 법정관리행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STX조선 노사가 전날 오후부터 7시간 가까운 마라톤 협상 끝에 10일 새벽 잠정 합의한 자구안에는 고정비 40% 삭감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날 오전 합의안에 대해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한 뒤 조만간 산업은행에 노사확약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STX조선 노사가 확약서를 제출하더라도 수용에 따른 법정관리 여부는 채권단에 달려 있다.

산업은행은 이날 새벽 보도자료를 내고 법정관리 신청 절차 착수를 선언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단 자정까지 자구계획이 제출되지 않은 만큼 원칙적으로는 회생절차로 전환키로 했다”며 “향후 계획안 등이 오게 되면 검토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올해 초 회계법인이 실시한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STX조선에 대해 이날까지 ▦인력구조조정으로 생산직 75%에 해당하는 인건비 감축 ▦학자금과 장기근속포상금 전면 중단, 상여금 300% 삭감 ▦생산설비 등 불용자산 매각 등을 고강도 자구계획 이행방안으로 요구했다.

사측도 그동안 고정비 절감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생산직 근로자 695명 중 75%인 520명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STX노조는 “이미 네 차례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도 또다시 인력감축만이 살 길이라고 말하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이를 거부, 사측과 대립해 왔다. 결국 지난 8일까지 희망퇴직 104명, 아웃소싱 40명 등 당초 목표치의 27%에 해당하는 144명만이 회사를 떠나는 데 동의한 상태였다.

이날 심야 협상 끝에 노조가 입장을 바꾼 것은 “법정관리만은 피하자”는 위기 의식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근 정부가 성동조선이나 금호타이어 처리를 놓고 “정치논리의 개입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원칙을 분명히 한 데다 정부가 올해 초 회계법인을 통해 실시한 컨설팅 결과에서도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STX조선은 2016년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두 차례의 무상감자와 출자전환으로 가까스로 지난해 7월 조기 졸업한 바 있다. 그동안 공적자금을 포함, STX조선에 들어간 회생자금은 8조원을 넘는다.

이날 잠정 협상이 이뤄지면서 STX조선이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자구계획안과 노사확약서가 제출되고 이를 채권단이 수용할 경우 채권단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통해 STX조선은 수주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법정관리를 면하더라도 STX조선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생산직 근로자 695명 중 520명을 줄이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대규모 인력 감축과 비정규직 고용으로 인한 품질저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STX조선 관계자는 “수주 물량에 따라 필요인력 규모가 달라지겠지만,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협력업체 인력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선 수주 확대 등 사업 재편을 진행하며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것도 STX조선의 과제다. 중국 조선사 및 중소형 선박 시장의 치열한 경쟁, 여전히 불투명한 향후 시장 전망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도 STX조선이 해결해야 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STX가 살아나려면 경쟁력이 없는 부분은 빠르게 구조조정하고 경쟁력이 있는 부분만 살려야 한다”며 “다만 중국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STX조선이 완전히 법정관리 위기에서 벗어난 건 아니다. STX조선 노사가 이날 새벽 자구안 초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채권단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법정관리행을 피하기 어렵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까지 시간이 며칠 걸릴 텐데 이 기간 STX조선 노사가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면 재검토는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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