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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밖에 모르고 친구도 모두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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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밖에 모르고 친구도 모두 여기…”

입력
2018.07.19 17:30
수정
2018.07.19 23:3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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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신청 거부된 이란 출신 중3

조희연 교육감 만나 고충 밝혀

임시체류자 의무교육대상 제외

대학 진학 기회는 아예 차단돼

피부색ㆍ언어 등 이유로 따돌림

학생 신상 보호에 인식 부족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9일 서울에 위치한 한 중학교를 방문해 이란 국적의 난민 학생을 격려하고 그를 도와준 학생, 교사 10여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9일 서울에 위치한 한 중학교를 방문해 이란 국적의 난민 학생을 격려하고 그를 도와준 학생, 교사 10여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한국에서 한현민(다문화가정출신 모델) 형처럼 되는 게 꿈이에요. 저는 한국말밖에 할 줄 모르고 친구들도 모두 여기 있는데, 난민 심사에선 제가 나이가 어려서 (종교적)가치관이 없을 거라고 거부하네요.”

19일 오전 서울의 한 중학교를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올해 3학년이 된 이란 출신 난민 A군이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조 교육감이 이날 A군을 찾은 건 같은 반 여학생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사연 때문이다. 일곱 살 때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온 A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기독교로 개종했다. 본국으로 돌아가면 이슬람 율법에 따라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반역 행위였다. 때문에 A군은 난민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중학교 3년 내내 소송에 매달려왔다. 친구들은 그가 더 이상 한국에 체류하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하며 십시일반으로 돕고 있다. 이날 난민지위 재신청을 하러 가는 A군에게 조 교육감은 “배움의 기회를 이어가도록 교육청 차원에서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격려했다.

서울시교육청은 A군의 사례가 통상적인 난민 문제가 아닌 교육권 차원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만 17세 이하 난민인정 아동은 약 200명. A군처럼 인정을 받지 못한 경우 등을 합하면 그 수는 2, 3배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난민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모든 외국인 아동에 체류지위와 상관없이 초ㆍ중등교육을 받도록 허용하고 있다. 기본적 학습권은 보장된 셈이다. 그러나 임시체류자인 A군은 중학교 졸업 이후 미래가 불투명하다. 학교장 재량에 따라 고등학교 입학은 가능하다지만, 대학 진학 기회는 아예 차단이 돼 있다.

A군처럼 제때 학교에 입학한 경우는 그나마 낫다. 난민아동은 의무교육대상이 아니라서 취학통지서가 발부되지 않고 취학독려조치도 없다. 교육부도 교육대상 난민을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 때문에 부모가 한국어에 서툴러 때를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드문 경우지만 학교장이 난민아동의 입학을 거절해도 관련법엔 이를 금지할 조항이 없다. 2015년엔 영종도 난민지원센터에 입소한 아동 10여명이 인근 학교에 입학하려 했으나 한국인 학생들과 정서적 충돌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실 속 차별이다. 난민 아동 상당수가 피부색, 언어 등을 이유로 학급 친구들의 따돌림을 겪기 때문이다. 현재 고교 1학년인 난민 B양은 “초등학생 때부터 ‘고릴라를 닮았다’며 놀림을 당하기 시작했고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반 친구들의 비난을 견디고 있다”고 말한다. 교사들의 인식 부족도 문제다. 심지어 이날 조 교육감이 A군에게 ‘함께 셀카를 찍자’고 하는 등 학생 신상 보호에 부주의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기도 했을 정도다.

교육부는 난민아동의 체류지위는 법무부의 소관이지만,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통해 난민아동들을 위한 교육여건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동의 체류지위에 상관없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학생들이 난민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도록 세계시민교육의 내용을 강화겠다”고 설명했다. 노충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는 난민아동들이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라며 “난민아동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부터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교육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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