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엽
인턴

등록 : 2018.07.12 17:34
수정 : 2018.07.12 19:16

“잉글랜드다웠다” 갈채 받은 패자

등록 : 2018.07.12 17:34
수정 : 2018.07.12 19:16

28년 만에 밟은 준결승 무대

뒷심 부족으로 결승행 놓쳤지만

“눈물 흘리지마” “자부심 느껴”

기대치 낮았던 대회 4강 성적

영국의 언론·국민 따뜻한 격려

잉글랜드 대표팀 가레스 사우스게이트(가운데) 감독이 12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월드컵 준결승에서 패한 뒤 선수들을 위로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그들은 영웅이다. 우리는 그들이 자랑스럽다!” 절호의 우승 기회를 놓쳤지만, 잉글랜드 대표팀엔 매서운 비난이 아닌 따뜻한 격려가 쏟아졌다.

잉글랜드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크로아티아와의 준결승에서 1-2로 역전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후 52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였지만, 연장 후반 뒷심에서 밀리며 크로아티아에 결승행 티켓을 내줬다.

하지만 경기를 마친 잉글랜드 대표팀을 기다린 건 비난이 아닌 찬사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대표팀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고통 받지 않길 바란다. 그들은 박수갈채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전했고, 영국 BBC 방송도 “그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며 대표팀을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했다. 그 동안 대표팀이 부진하면 비난을 퍼붓던 영국 언론들도 이날만큼은 날 선 비판을 꺼내지 않았다.

수년간 국제 대회에서 ‘축구 종가’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잉글랜드가 몇 년 사이 확 달라진 것도 이런 반응에 한몫 했다. 잉글랜드는 1990년 4강에 오른 이후 28년간 월드컵 준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고,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선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도 겪었다. 유로 2016에선 16강 상대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졸전 끝에 패배했다. 대표팀엔 스티븐 제라드, 프랭크 램파드, 웨인 루니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했지만, 이들도 유독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제힘을 쓰지 못했다.

유로 2016 이후 샘 앨러다이스 감독을 선임하며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그는 2달 만에 비리 스캔들에 휘말려 중도 사퇴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팀을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21세 이하(U-21) 대표팀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끌어올렸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긴 패스 위주의 ‘킥 앤 러시’ 전략에서 벗어나 선수들에게 중원에서 짧고 세밀한 패스를 시도하게끔 했다. U-21 대표팀을 맡으며 눈여겨본 마커스 래쉬포드(21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델레 알리(22ㆍ토트넘) 등 젊은 선수들을 등용해 세대교체도 이뤄냈다.

예선을 거치면서 팀은 안정감을 되찾았다. 잉글랜드는 유럽 예선에서 8승 2무 무패를 기록했다. 10경기 3실점만 하며 예선 팀 최소 실점 기록도 세웠다. 그런데도 월드컵 본선에 대한 기대감은 적었다. 메이저 대회에만 나가면 죽을 쑤는 징크스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 여겼다. 예년보다 팬들의 기대치가 낮아 부담감이 적은 게 장점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본선 무대를 밟은 잉글랜드는 더욱 단단히 뭉쳤다. 대진운이 좋았던 것도 이유지만,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운 잉글랜드의 축구는 4강까지 오를만했다. 잉글랜드는 대회에서 12골을 넣으며 이번 대회에서 벨기에에 이어 2번째로 많은 득점을 뽑아냈다. 특히 세트피스만으로 9골을 뽑아낸 건 세부 통계를 기록하기 시작한 1966년 대회 이후 단일 대회 최다 기록이다.

잉글랜드 축구의 희망을 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2년 전과 비교해 많이 발전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이런 경험은 미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고, 대표팀 공격수 해리 케인(25ㆍ토트넘)도 “지금은 힘들지만, 우린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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