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우 기자

등록 : 2017.07.14 04:40

[지역경제 르네상스] 함평 나비축제, 지역 특산물로 ‘나비효과’

등록 : 2017.07.14 04:40

쌀ㆍ한우로 특산물 판매에 날개

연 500억 경제효과 톡톡

돈 먹는 축제를 돈 버는 축제로

2017년 나비축제가 열리는 엑스포공원에서 축제 성공을 위해 어린이와 함평기관 단체장들이 2017마리 나비나르기행사를 벌이고 있다.함평군제공

함평군 엄다면 친환경 농업단지에 왜가리 떼들이 노닐고 있다.

전남 함평군은 예부터 산업자원, 관광자원, 천연자원이 전무한‘3 무(無) 고장’이었다. 전국 85개 군 단위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84위로 최하위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함평이라는 지역의 브랜드 이미지는 상위권에 속한다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함평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나비’다.

‘나비’는 모든 사람에게 친근감을 줄 뿐만 아니라 오염되지 않는 곳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청정 이미지와 딱 들어맞는다.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정한 함평의 이미지와도 잘 맞다. 함평군이 1998년 곤충연구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나비연구와 사육을 시작한 배경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1999년 나비축제였다. 당초‘과연 관광객들이 올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나비’라는 소재의 독특성에 힘입어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으며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성공한 축제로 평가 받는다.

첫회 축제는 성공했지만 외형에 치우치다 보니 주민 수익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7년 전 민선 5기 안병호 군수 출범부터는 축제 규모를 대폭 줄이고 축제기간 지역특산품 판매홍보에 올인하는 전략으로 변경했다. 축제기간 타 지역 상품을 배제하고 지역 농ㆍ특산품 부스만 설치했다. 수익이 20억원에 이르자 농민들의 표정도 달라졌다. 인터넷 판매까지 급증하면서 억대 농가들이 생겨났다. 지역경제유발효과도 500여억 원에 이르는 등 이 정책은 적중했다.‘함평=나비’라는 등식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 낙후된 농촌에서 친환경 생태관광지역으로 이미지를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함평군의 나비 관리 방식 또한 남다르다. 함평군은 다른 지자체에서는 볼 수 없는 나비담당부서를 두고 있다. 이 부서는 해마다 10~12월 월동 번데기나 월동 애벌레를 만들어서 저온실에 저장하고, 1월부터 나비먹이식물 재배인 황벽나무, 탱자나무와 유채, 케일 등을 이용해 배추흰나비와 호랑나비 등 25종을 준비한다. 올해의 경우 3월 중순부터 월동 번데기를 우화시켜 알을 받고 나비축제 한달 전 축제성공기념 나비날리기 개최를 위해 4월부터 생산(2017마리)에 들어가며 5월 축제기간에 맞춰 15만여 마리를 생산한다.

함평 나비라는 브랜드의 파급 효과도 만만치 않다. ‘나비의 서식처’라는 공간의 이미지에 힘입어 나비쌀, 천지한우 등 친환경 농ㆍ특산물 판매도 급증했다.

그 중에서도 나비효과가 가장 큰 것이 함평 나비쌀이다. 함평농업면적은 1만3,133ha으로 8,893가구가 농사가 생업이다. 군 전체 60%가 해당한다. 지난해 기준 함평 농산물 총생산액은 1,925억원에 이르며 이중 쌀 생산은 746억6,800만원으로 총생산액의 38.8%이다.

지난해 국향대전이 열리는 서울 조계사에서 신도들이 함평농산물을 사고 있다.

함평 나비쌀은 단지별로 농가계약 재배를 통해 우수한 종자를 보급하면서 품종 선택에서부터 재배, 건조, 보관, 가공, 유통 등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으며, 친환경 쌀 전문도정시설 등 시설현대화를 추진해 왔다.

그 결과로 2008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천하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주관하는 전국 12대 고품질 브랜드쌀 4회,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명품쌀 우수상에 선정됐다. 또한 전남 10대 고품질 브랜드쌀에도 10회나 선정됐다. 전남농업기술원, 농산물품질관리원, 한국식품연구원 등 7개 전문기관에서 식미평가, 품종혼합률, 중금속오염도 및 농약잔류 검사, 현장평가 등 분야별 검사를 벌인 결과 지난해에는 전남 1위에 등극했다.

친환경 명품쌀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매년 제주와 서울 등 전국 120여개 학교에 350여 톤을 학교급식용으로 납품하고 있다.

김영천(50ㆍ함평읍) 주포마을 이장은 “친환경농업을 위해 제초제 대신 우렁이농법과 녹비작물 활용 등 친환경 농법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며 “처음엔 익숙지 않았지만, 비용도 절감되고 환경도 지킬 수 있어 이제는 친환경농업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관수(58) 함평군친환경농업연합회장은 “세계 여러 나라와의 FTA 체결을 통한 농산물 수입개방은 농민들에게는 크나큰 시련이었다”며 “어렵다고 푸념하고 정부만 기다릴수도 없었는데, 그 때 돌파구가 친환경농업이다”고 회고했다. 그는 “함평군이 나서서 광역 친환경 농업단지를 조성하고 친환경 및 유기농 인증을 확대하면서 함평 농산물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소비자의 신뢰가 쌓이면서 판매량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친환경농산물로 부흥을 이끈 함평군은 2011년부터 단호박, 무화과, 쑥, 부추, 고사리를 5대 특화작물로 선정해 군정 역량을 집중했다. 단호박 재배면적은 145.7㏊에서 지난해 210㏊로 늘었고, 무화과 또한 6.5㏊(122톤)에서 2015년 35㏊(646톤)으로 대폭 확대됐다. 특히 단호박은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 향토산업 육성사업 품목으로 선정돼 3년간 30억원을 지원해 육성하고 있으며, 전국에 이어 일본에 800톤가량 수출하는 등 세계시장 공략에서 나서고 있다. 지난해 5대 특화작목의 생산면적은 316㏊에 달하며 생산액도 143억원에 이를 만큼 급성장했다.

이처럼 나비를 통해 얻은 청정 무공해의 이미지는 지역 특산물에 값으로 따지기 힘든 고급 브랜드를 붙일 수 있게 됐다. 2014년 행정자치부 조사에서 전국 최고의 수익률을 높인 축제에서 함평나비축제와 국향대전이 전국 1,2위를 차지했으며 2012년에는 함평군이 세계축제협의회로부터 세계축제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군은 이제 청정이미지 나비를 통해 지역의 친환경 농축산품을 세계로 뻗어나갈 계획이다.

안병호 군수는 “돈 먹는 축제를 돈 버는 축제로 탈바꿈 시킬 수 있었던 것은 청정이미지인 나비 덕분이었다”며“함평쌀 인기에 이어 단호감, 대추, 쑥, 부추 등 지역 농산물이 재배만하면 없어서 팔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함평=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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