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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헌 ‘어떤 弔辭’ 필화사건 43년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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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헌 ‘어떤 弔辭’ 필화사건 43년만에 무죄

입력
2017.06.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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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펴낸 한승헌 변호사가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의 과오로 말미암아 벌어진 과거사를 망각하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창비 제공
'재판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펴낸 한승헌 변호사가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의 과오로 말미암아 벌어진 과거사를 망각하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창비 제공

‘유럽간첩단’ 사건으로 사형당한 고 김규남 민주공화당 국회의원에 관한 수필을 기고했다가 1975년 반공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던 한승헌(83) 변호사가 43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이헌숙)는 1975년 한 변호사에게 적용된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한 변호사는 1972년 유럽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고 김규남 의원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여성동아’에 김 의원 죽음을 애도하는 ‘어떤 조사(弔辭)’라는 수필을 썼다가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국제엠네스티 한국 지부 이사를 당시 맡고 있던 한 변호사는 1심 재판에서 “사형 제도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수필체로 풀어 쓴 일반론적인 글일 뿐 특정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그 때 사법부는 “반국가단체에 동조했다”며 1심에서 징역 1년 6월 실형을 선고했다. 2,3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 받고 풀려나기까지 한 변호사는 9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43년이 지나 열린 재심에서 재판부는 “한 변호사에 대한 조사가 위법하게 이뤄져 진술조서 등을 유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당시 검찰이 한 변호사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해 3일간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조사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 “‘어떤 조사’를 살펴보면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사형을 당한 사람을 애도한다는 내용은 없고,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주장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형 당한 김 의원에 대해 지난 2015년 2월 대법원에서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고도 덧붙였다.

당시 검찰은 중앙정보부가 영국 캠브리지대 박노수 교수와 김 의원을 불법 구금해 강압 수사를 벌여 얻은 자백을 바탕으로 간첩으로 기소, 법원의 사형 판결을 받아 냈다. 법원은 형 확정 2년 만인 1972년 이들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무죄 선고 직후 한 변호사는 “저처럼 정치탄압의 대상으로 억울하게 옥고를 치른 분들이 많은데 앞으로 어떤 독재 권력도 자기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동백림 간첩단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사건 등을 변론해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불린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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