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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 곧 경쟁력… 비용 절감하고 기업 이미지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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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 곧 경쟁력… 비용 절감하고 기업 이미지도 개선

입력
2014.09.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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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 등으로 2012년 1조1400억원 아껴

'착한 소비'에 관심 갖는 소비자들 친환경 기업일수록 더 호감

스위스 에멘탈 주미스발트허브건조공장의 커트 바움베르거 대표가 지붕에 태양광 전지를 설치한 건조실 앞에서 허브를 든 채 웃고 있다.
스위스 에멘탈 주미스발트허브건조공장의 커트 바움베르거 대표가 지붕에 태양광 전지를 설치한 건조실 앞에서 허브를 든 채 웃고 있다.

지난 4일 찾은 스위스 에멘탈의 주미스발트허브건조공장. 굳게 닫혀 있는 건조실의 문을 열자 진한 허브 향과 찜통 열기가 밀려 나왔다. 말리던 허브 잎 아래 철판의 작은 구멍으로 더운 공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80㎡ 크기의 건조실 온도는 45도. 건조공장을 운영하는 커트 바움베르거 대표는 “너무 바짝 말리면 허브 추출물이 적게 나오기 때문에 종류에 따라 적정한 건조온도를 맞춰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건조하는 멀레인 허브는 호흡기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초다. 과거 천식, 결핵 환자들은 멀레인 허브를 넣은 약용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허브 건조작업은 보통 5일 걸린다. 제1건조실에서 30~40도의 공기로 3일간 말린 뒤 40~50도의 제2건조실에서 이틀 더 건조한다. 바움베르거 대표는 “건조한 허브는 허브전문기업 리콜라에 공급한다. 연간 납품량이 20톤인데, 리콜라가 쓰는 허브의 1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리콜라는 허브사탕 등을 제조 판매한다.

놀라운 점은 공장에서 쓰는 전력을 모두 자체 수급한다는 것이다. 이 공장은 2010년 25만 스위스프랑(약 2억7,500만원)을 들여 공장 지붕에 태양광 전지를 설치했다. 연간 4만㎾h의 전력을 생산해 상온의 물을 60~70도까지 높여 공기를 데워 건조실로 보낸다. 허브철이 아닌 겨울에는 난방용으로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인근 전력공급회사에 팔기까지 한다. 과거 지불해야 했던 전기료가 더 이상 들지 않는 것이다.

바움베르거 대표는 “이전부터 청정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경제적 이득이 없었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전기료를 아낄 수 있어 2년 후면 투자금액 모두를 회수하고 이윤이 남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녹색발전으로 비용절감 효과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다. 그저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 개선 효과에 그치는 것만도 아니다. 주미스발트허브건조공장처럼 비용절감으로 이익을 창출한다.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2012년 발표한 ‘파워포워드 2.0’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100대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의 방법으로 그 해 11억 달러(약 1조1,400억원)를 아꼈다. 물류창고 지붕에 태양광 전지를 설치한 미국 물류회사 UPS는 2억달러(약 2,070억원), 제네럴모터스(GM)와 월마트는 각 7,000만달러(약 737억원)씩 비용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 선진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기가 설치된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독일 베를린 중앙역도 그런 건물 중 하나다. 지붕의 1,700㎡ 면적에 780개 태양광 전지를 달아 연간 16만㎾h(총 사용전력의 2%)를 충당한다. 베를린자유대 환경정책연구소 염광희 연구원은 “독일은 국정운영의 핵심인 연방의회, 미국은 백악관 본관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고 있다. 시민과 기업에게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본청이 아닌 다른 건물에 태양광 전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물건 구매ㆍ서비스 이용에도 영향 끼쳐

친환경 기업 이미지가 이익 창출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가교는 미래의 소비자를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스위스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우편기업 스위스포스트의 브리깃 한우잠만 사회적책임부서장은 “신재생에너지 사용은 운영비용을 줄일 뿐 아니라 고객 확보에도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그가 속한 스위스포스트는 2008년부터 사무실 물류창고 등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 연간 166GWh 규모다. 8개의 대형 우편물 창고 지붕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고, 2011년에는 집배원 전원에게 전기 오토바이를 지급했다. 충전은 지역 협동조합 등이 운영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한다. 독일 영국 프랑스 베트남 등 20여국에 있는 지역 사무소 역시 신재생에너지만 써야 한다.

한우잠만 부서장은 “5년 후면 현재 우리가 독점한 무게 20g 미만 우편물 시장마저 자유경쟁으로 바뀌는데, 이러한 친환경 이미지는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벨기에 비영리단체 윈드메이드가 2012년 20개국 소비자 2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74%는 풍력을 사용한 기업에 호감을 느꼈고, 49%는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물건이 비싸더라도 구매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가격만 따졌으나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제조ㆍ유통 단계에 신재생에너지가 쓰였는지 여부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달 22일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는 소비 에너지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RE 100)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케아는 2020년까지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스위스 최대 통신회사 스위스컴의 레스 뷔치 사회적책임부서장은 “친환경 소비에 대한 수요 증가와 대기업이 보여야 할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스위스컴은 2010년부터 신재생에너지로 모든 전력을 충당하고 있다.

베른ㆍ에멘탈(스위스)ㆍ베를린(독일)=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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