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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북한 외교관이 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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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북한 외교관이 관여했다

입력
2017.02.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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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이 넘은 가운데 22일 쿠알라룸푸르의 말레이시아 경찰청사에서 탄 스리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이 넘은 가운데 22일 쿠알라룸푸르의 말레이시아 경찰청사에서 탄 스리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을 수사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수사선상에 북한 외교관이 포함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초 사건 직후 평양으로 도주한 용의자들에게 이용당한 것으로 알려진 두 여성도 김정남 얼굴에 묻힌 물질이 독극물인 사실을 아는 ‘훈련된 사람’으로 밝히면서 암살에 독을 사용했음을 확인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건에 북한대사관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김정은 정권이 배후로 굳어졌다. 북한은 수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북한국적 체포 용의자 석방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탄 스리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22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추적중인 용의자 중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직원과 북한 고려항공 직원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날까지 공개한 용의자 10명 가운데 8명이 북한 국적자로 확인됐다.

북한대사관 범행에 가담

새로 용의선상에 오른 북한대사관 직원은 2등 서기관 현광송(44)으로, 지난해 9월 20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 고려항공 직원으로 확인된 김욱일(37)은 지난달 29일 입국했다. 도주한 용의자 4명보다 모두 말레이시아 입국이 이르다. 지난 19일 먼저 용의자로 신원이 공개된 리지우(30)를 포함, 이들 셋 모두 말레이시아에 체류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보안 소식통을 인용, 현광송과 김욱일이 쿠알라룸푸르 북한 대사관에 은신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대북 소식통은 북한 국적 용의자 8명 중 외교관 여권을 가진 현광송을 제외한 7명이 모두 공무원 신분으로 공무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까지도 정밀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점을 들어 시신의 신원 확인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탄 스리 청장은 “우리는 김정남이라고 한 적이 없다. 죽은 북한 사람은 김철이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북한 당국 연루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30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은 북한이 사건 배후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특히 경찰청장은 “우리는 ‘김철’이라고 했지만 모두가 그를 김정남이라고 한다”며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DNA 정보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도주한 용의자 4명(리재남, 리지현, 오종길, 홍송학)이 모두 평양에 도착했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북한을 압박했다. 경찰은 이들 넷 모두 이번 사건과 깊숙하게 관련된 것으로 있으며, 북한 대사관에 이들의 송환을 요청 해놓고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있는 북한 고려항공 사무실. 정문이 굳게 닫혀 있고, 팩스를 제외한 전화 연결 또한 모두 끊긴 상태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있는 북한 고려항공 사무실. 정문이 굳게 닫혀 있고, 팩스를 제외한 전화 연결 또한 모두 끊긴 상태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두 여성, 장난 아닌 줄 알아

탄 스리 청장은 앞서 체포된 두 여성 용의자 도안 티 흐엉(29ㆍ베트남), 시티 아이샤(25ㆍ인도네시아)에 대해서도 기존 보도를 뒤집는 내용을 공개하며 북한에 압박을 이어갔다. 그는 “이들은 범행 직후 손을 쫙 편 채 화장실로 달려가 손에 묻은 걸 씻었다”며 “김정남 얼굴에 묻힌 것이 독극물이란 점을 사전에 분명히 알았고,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획된 범죄라고 굳게 믿고 있다”며 “영화를 찍거나 하는 장난이 아니라, 그들은 훈련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각국 언론들은 두 여성이 스스로 범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장난’을 치는 몰래카메라 영상 촬영인 줄 알았으며, 도주한 북한 국적 용의자들에게 이용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도주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이 범행 직전 여성들에게 액체를 건네줬으며, 앞서 쿠알라룸푸르 시내 대형 쇼핑몰에서 예행연습을 하는 등 여성들을 훈련시킨 사실도 새로 공개했다. 공항처럼 붐비는 공간에서 연습을 했다는 뜻으로,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됐다는 것이다.

경찰 ‘시신은 유족이’

경찰은 또 이날 회견을 통해 시신을 유족에게 돌려 줄 것임을 거듭 시사했다. 탄 스리 청장은 “유족에게 2주보다 더 많은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말레이시아 경찰은 2주 내 시신이 인도되지 않을 경우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탄 스리 청장은 “유족이 말레이시아에 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변 위협으로 시신 인수를 주저하고 있는 김정남 유족들에게 안전을 보장할 테니, 시신 인도에 나서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는 또 “(북한 국적 유족이라 해도) 북한 대사관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면서 말레이 수사 당국으로 직접 접촉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 대사관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강력 반발했다. 대사관 측은 수사 과정에서 북한을 존중하라며 “여성 용의자들이 손에 독을 묻힌 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느냐, 사인이 따로 있는 만큼 리정철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여성들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억지 주장을 펼쳤다.

김한솔 입국보도는 오보

경찰은 김정남 시신 인도의 키를 쥔 아들 한솔(22)의 입국설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앞서 ‘DNA정보를 직접 제공하는 유족에게 시신을 인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후 20일 오후 김한솔이 말레이시아에 당도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공항이나 쿠알라룸푸르 병원 인근에서 목격된 바가 없어 ‘가짜뉴스’가 아니냐는 소동이 빚어졌다. 탄 스리 청장은 이에 대해 “아직 유족 누구도 우리에게 접촉하지 않았다”며 김한솔의 입국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한편 이날 새벽 일단의 무장경찰이 복면을 한 뒤 병원에 출동한 것과 관련 “누가 부검동에 침입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시신을 보호하기 위해 출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ㆍ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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