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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에게 아이디어를 파는 식당… “식사는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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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에게 아이디어를 파는 식당… “식사는 덤입니다”

입력
2018.06.14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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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에 ‘생각식당’ 여는 문화마케터 김우정 풍류일가 대표 10여년 기업 마케팅 경험 토대로 커피ㆍ브런치ㆍ식사 함께 하며 제안서 작성ㆍ창업준비 등 컨설팅
김우정 대표는 “갑질을 이기고 싶어서 통찰을 공부했다”며 “생각식당을 통해 허기와 용기를 채워드리겠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김우정 대표는 “갑질을 이기고 싶어서 통찰을 공부했다”며 “생각식당을 통해 허기와 용기를 채워드리겠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가장 트렌디한 외식 상권이 몰려있다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독특한 식당이 문을 연다. 밥과 커피와 생각을 파는 ‘생각식당’이다. 식당 주인이 손님과 함께 밥을 먹으며 고민을 들어주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안한다.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의 경매 이벤트 ‘워런 버핏과의 점심’과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섞어놓은 셈이다. 1인분 가격이 7만7,000원부터 시작하지만 15일 개업을 앞두고 선주문만 1,000만원을 넘었다.

식당 주인은 문화마케팅 전문가인 김우정(44) 풍류일가 대표. 최근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그는 “2006년부터 공공기관, 대기업의 문화마케팅, 교육, 행사 등을 담당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가 필요한 사람에게 대안을 주고 상담료를 받을까 고민하다 ‘심야식당’을 보고 진짜 음식도 주자고 방향을 틀어 식당을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은 2000년부터 매년 자신과의 점심 식사 이벤트를 경매에 붙여 수익금을 기부해왔고, 올해 ‘워런 버핏과의 점심’ 낙찰가는 330만 달러(약 35억5,000만원)를 기록했다. 버핏이니까 35억 원을 주고서라도 같이 밥 먹고 싶을 터, 돈 받고 밥 먹을 정도로 매력적인 이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가 답했다. “얼마 전 10여년 간 사업한 내용을 정리해봤다. 기업 세금 계산서만 1,500개를 끊었더라. 성격도 문화도 목표도 다른 대기업의 수요, 취향을 다 맞췄다.” 자신의 전문 분야는 효과 측정이 난감한 문화마케팅이고 하청업체가 제안한 전략이 즉각 효과를 내야 하는 대한민국 산업구조에서 15년을 살아남은, 요즘 말로 ‘그 어려운 걸 해 낸’ 전문가라는 설명이다.

김우정 풍류일가 대표. 배우한 기자
김우정 풍류일가 대표. 배우한 기자

실제로 김우정 대표는 국내 스토리텔링 1세대 전문가로 꼽힌다. 김 대표가 풍류일가를 만든 건 2004년. 당시만 해도 ‘문화마케팅’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조차 흔하지 않았다. “대학 4학년 때 만든 홈페이지 문패가 ‘풍류일가’였어요. 군 제대하고 대학 축제를 기획했는데 관객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모두가 떠난 극장에 저 혼자 앉아있는데 느낀 희열감이란…. 그게 마약이에요. 영화 프로듀서를 하고 싶었는데 ‘일단 기획자가 되자’며 혼자 축제 공부하며 성과 분석하다가 문화마케팅이라는 단어에 꽂힌 거죠.” 문화마케팅 관련 논문과 기사, 해외 사례를 닥치는 대로 모았고, 그렇게 모은 자료를 홈페이지 올렸다. 포털 사이트에서 ‘문화마케팅’을 검색하면 풍류일가가 제일 첫 줄에 뜰 정도로 업계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국가브랜드위원회, GS칼텍스, KB국민카드, 롯데월드타워, 온리온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제작하고, 한화 불꽃축제 등 기업체 문화행사 성과분석을 담당했다. 2012년 연극 무용 미술 등을 활용해 상상력을 키워주는 교육기업체 ‘팀 버튼’도 만들었다. 김 대표는 “공연기획, 문화마케팅, 브랜드 스토리텔링, 웹툰 제작, 콘텐츠 교육 등 문화마케팅을 키워드로 한 일은 거의 다 해봤다. 10여 년 간 (문화마케팅 기획) 수천 개를 만들다 보니 기업체, 타깃, 콘셉트를 들으면 자판기처럼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생각식당의 메뉴는 딱 세 가지다. 60분간 커피를 마시는 ‘통찰력 라떼’, 90분간 브런치를 먹는 ‘컨셉 브런치’, 세 차례 식사를 함께 하는 ‘경영의 양식’이다. ‘통찰력 훈련’에서 면접이나 프레젠테이션 같은, 찰나에 관리자의 눈에 띄는 ‘핵심 경쟁력’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대표 메뉴인 ‘컨셉 브런치’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 이름이 필요한 사람, 제안서를 써야 하는 사람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경영의 양식’은 창업을 앞둔 사람에게 경영 방법을 코칭한다. 김 대표는 “저 같은 기획자는 생각을 팔아먹고 사는데 한국은 아이디어에 값을 지불하겠다는 개념이 거의 없다. 이 식당을 통해 ‘생각을 돈 주고 사는 문화’를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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