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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 경제 위기경보

입력
2017.03.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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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잃어버린 20년은 1991년부터 2011년, 그리고 최근까지 이어진 일본의 장기 불황을 말한다. 그 전까지 일본은 엔저(低)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자, 자동차, 조선 등에서 세계 시장을 평정하며 연 평균 5% 이상 성장하는 눈부신 호황을 구가했다. 80년대부턴 온 나라에 돈이 넘쳐났다. 씀씀이가 커졌고,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의 돈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거품’이 쌓여갔다.

▦ 일본의 번영은 끝이 없어 보였다. 세계 1등 경제국 도약도 눈 앞에 있었다. “도쿄 땅을 다 팔면 미국 전체를 산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전락(轉落)은 순식간이었다. 부동산과 주식 거품이 붕괴하고, 플라자합의 이후 누적된 엔고 부담과 한국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신흥공업국의 도전에 시달리며 기업 경기 역시 가라앉았다. 거품 붕괴의 해일에 휩쓸린 가계는 극도의 내핍에 들어갔다. 투자와 수출, 소비가 빙하기에 접어들면서 연 평균 1% 남짓의 성장률이 이어지는 불황이 장기화했다.

▦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는 최근의 저성장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은 2012년 2.3%까지 주저앉았으나, 이후 2년 연속 2.9%, 3.3%로 반등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5년 2.6%로 다시 가라앉은 뒤 지금까지 저성장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1% 선에서 헤맸던 일본 불황기 때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할지 모른다. 천만의 말씀이다. 전문가들은 ‘재고 기여분’을 빼면 2015년에 성장이 이미 1.5%로 주저앉았고, 이대로라면 차기 정부에선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추락한다고 분석한다.

▦ 두려운 건 한국이 일본보다 더 나쁜 궤도로 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중진 경제학자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근 펴낸 책 ‘왜 지금 재벌개혁인가’(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발행)에서 “한국은 ‘제2의 일본’이 아닌 ‘제2의 중남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일본이 불황을 견딘 세계 최고 수준의 부품ㆍ소재산업 기술력, 막대한 내부 축적 자본, 든든한 내수소비 기반을 갖춘 반면, 우리에겐 그런 자산조차 빈약하기 때문이란다. 위기를 극복할 최선의 차기 대통령이 누구일지, 고민이 깊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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