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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가습기 살균제’ 법인 책임 피하려 조직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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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가습기 살균제’ 법인 책임 피하려 조직 변경

입력
2016.04.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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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건 원인으로 지목된 직후

주식회사서 유한회사로 바꿔

보고서 조작ㆍ증거 인멸 정황도

검찰, 내주 관계자 소환 조사

2011년 보건복지부가 동물실험을 통해 위해성을 확인한 가습기살균제.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1년 보건복지부가 동물실험을 통해 위해성을 확인한 가습기살균제.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국계 살균제 제조ㆍ유통사인 옥시레킷 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민ㆍ형사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ㆍ인멸하거나 피해자들을 회유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수백명에게 피해를 입힌 제품을 만들어 팔고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옥시의 행태에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1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옥시는 2011년 12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조직을 변경해 설립 등기를 마쳤다. 가습기 살균제가 임산부 및 영ㆍ유아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된 직후다. 옥시는 기존 법인을 해산하고 주주ㆍ사원ㆍ재산 상호가 동일한 다른 법인을 만드는 ‘조직 변경’ 절차를 거친 것이다.

옥시의 조직 변경은 회사 법인에 돌아갈 형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인 법인이 없어지면 검찰은 법인에 대해 공소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조직 변경을 해도 법인의 동일성은 유지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조직 변경 후 신설되는 법인은 기존 법인의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옥시 측이 회사의 책임을 면하고 회사 관계자들에게만 죄를 묻게 하려고 편법을 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옥시 측의 책임 회피 의혹은 이뿐이 아니다. 올해 1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서울중앙지검 이철희 형사2부장)이 수사에 착수하자 옥시는 ‘살균제와 폐손상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서울대 연구팀 등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옥시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특정 조건에서만 실험하도록 한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옥시가 자체적으로 국내 전문연구기관에 의뢰한 실험에서 살균제와 폐손상 간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자 이 실험 결과를 은폐한 의혹도 나오고 있다.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등 소비자들이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제품의 부작용 관련 글을 검찰 수사 직전 고의로 삭제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 중이다.

옥시는 피해자 회유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3달 동안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피해자 유족 27명에게 합의금을 주고 소를 취하하도록 했다. 검찰이 수사를 끝내고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합의에 많은 돈이 들 것으로 예상, 합의를 서두른다는 해석이다.

특별수사팀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이 회사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살균제 원료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하는 한편, 책임 회피 의혹도 함께 들여다볼 방침이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대기업인 레킷벤키저가 2001년 옥시의 생활용품 사업부를 인수ㆍ합병한 회사다. 세탁표백제와 제습제, 가습기 살균제 등을 판매하는 이 회사는 가습기 사망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업계 1위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146명 중 103명이 옥시 제품을 사용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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