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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용 소멸 성장’

입력
2017.11.26 14: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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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없는 성장’은 경제가 성장해 생산이 늘어나는데도, 고용은 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연간 1억원어치를 생산하고 팔아 5,000만원의 순익을 올렸던 반도체 제조회사가 2억원어치를 생산하고 팔아 순익을 1억원으로 늘렸지만 직원 수는 늘리지 않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회사가 생산량을 늘리는 데 사람을 더 쓰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공장 자동화, 정보기술(IT)의 발달 등에 따라 생산라인에 직원을 더 늘리지 않아도 생산량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고용 없는 성장이 지표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고용은 거꾸로 줄어드는 현상까지 보인다. 기업 경영평가사 CEO스코어는 지난 14일 현재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30대 그룹 계열사 261개사의 실적과 고용을 대조했다. 그 결과 올 3분기 말까지 30대 그룹 261개사의 누적 영업이익은 82조7,023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65.4%나 증가했다. 반면 이들 업체의 지난 9월 말 현재 임직원 수는 94만5,067명으로 전년(93만3,615명)에 비해 고작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 그나마 LG와 GS가 각각 4,500명 이상씩을 신규 고용해 임직원 수를 늘린 효과가 컸다. 현대중공업 등 12개 그룹 계열사 임직원 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호된 구조조정을 겪은 조선 3사는 임직원 수가 6,190명이나 줄었다. 하지만 조만간 고용 없는 성장보다 더 혹독하게 일자리가 줄어드는 ‘고용 소멸 성장’이 시작되리라는 우려가 많다. 인공지능(AI)의 고도화가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소멸시키는 상황이 생각보다 빨리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이미 국내외에서 무인 편의점을 비롯해 유통ㆍ서비스 분야에서 다양한 무인 점포가 나타났다. AI 의사와 정치인까지 등장했고, 최근 일본에선 미즈호 등 3대 은행이 AI를 도입해 향후 10년 내외에 약 3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줄일 계획까지 발표했다. AI에 의한 인간 노동 대체가 상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AI에 의한 일자리 소멸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걸까. 스티븐 호킹 박사는 AI 기술을 관리ㆍ감독할 세계기구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노동계도 이젠 인간 일자리 유지를 위한 국제적 연대와 행동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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