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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눈 멀어가는 당뇨병 환자들… 망막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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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눈 멀어가는 당뇨병 환자들… 망막을 지켜라

입력
2016.12.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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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망막병증 300만명 육박

1년 한 번은 눈 검사 받아야

고난도 눈수술만 5,000회를 넘게 시행한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예전엔 망막에 문제가 생기면 못 고친다고 손을 놓았지만 이젠 의학기술 발달로 망막질환 치료 범위가 점점 넓혀지고 있다”고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고난도 눈수술만 5,000회를 넘게 시행한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예전엔 망막에 문제가 생기면 못 고친다고 손을 놓았지만 이젠 의학기술 발달로 망막질환 치료 범위가 점점 넓혀지고 있다”고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안과 분야의 외과의사'로 자부하는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가 망막질환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안과 분야의 외과의사'로 자부하는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가 망막질환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속담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암흑세계에 갇힌다면?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시력을 앗아갈 수 있는 질환은 당뇨병성 망막증(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 등 다양하다. 특히 국내 당뇨병 환자가 320만 명, 당뇨병 고위험군 660만 명 등 당뇨병 인구 1,000만 명 시대이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건강에 큰 위협을 주는 당뇨합병증. 이 가운데 실명을 유발하는 당뇨망막병증은 2010년 217만435명에서 2014년 297만638명으로 37%나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망막질환 전문의 문상웅(47)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에게 당뇨망막병증에 대해 물었다. 문 교수는 황반변성, 망막박리 등 고난도 수술을 5,000회 이상 시행한 ‘안과의 외과의사’다. 강동경희대병원의 명의 육성 프로그램인 ‘목련교수’로도 선정됐다.

망막은 눈 안에 있는 신경층으로, 시각기능과 관련된 신경조직이다. 안구 뒷부분 안쪽 벽에 붙은 1㎜정도 투명한 막이다. 우리 눈을 카메라에 비교한다면 필름에 해당한다. 각막과 수정체(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망막(필름)에 맺히고, 그 정보가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망막은 혈관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기에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혈관이 건강하고 혈액 흐름이 원활해야 한다. 문 교수는 “당뇨병은 눈과 콩팥 등에 주로 합병증을 일으키는데 발병 시기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며 “당뇨병을 진단 받은 뒤 15~20년이 지나면 50%정도가 당뇨망막병증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당뇨망막병증 유병률은 전체 당뇨병 환자의 26~38%정도”라고 덧붙였다.

“당뇨망막병증 원인은 고(高)혈당이 가장 큰 위험인자입니다. 여기에 긴 당뇨병 이환기간, 높은 당화혈색소(HbA1c) 수치, 유전 요인, 수축기(최고) 혈압, 이상지질혈증, 낮은 체지방도 위험인자라고 할 수 있죠. 당뇨망막병증은 30세를 넘겨 진단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유병기간이 5년 이내이면 28.8%, 15년 이상이면 78%가 걸립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08~2011년)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에서 13.8%가 당뇨병 환자입니다. 이 가운데 15.8%가 당뇨망막병증이었고, 특히 4.8%는 시력을 위협할 정도죠.”

문 교수는 이전에는 치료할 수 없었던 당뇨망막병증이 항(抗)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등 새로운 약물과 레이저수술 등의 비약적 발전으로 치료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대개 안과라고 하면 염증성 질환이나 근시교정, 백내장 수술 등을 떠올리죠. 주 영역이고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최근 20년간 눈부신 의학발전 덕분에 망막질환 분야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망막이 떨어지거나 출혈이 생기는 등 문제가 생기면 못 고친다고 손을 놓았습니다. 실명을 일으키는 주 원인이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죠. 급속한 의학발전으로 망막질환도 이제 치료할 수 있는 병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지요.”

문 교수는 이처럼 의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시기에 망막질환을 공부하고 진료하고 있는 걸 행운이라고 여긴다. 그는 2~3년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UCSD)에서 1년간 연수도 다녀왔다.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와 캘리포니아주는 고령 인구가 많고 자외선이 강해 자연히 망막질환 연구가 강한 곳이다. 그는 특히 “30~40대 젊은 층 가운데 당뇨망막병증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문 교수는 하지만 “당뇨망막병증을 진단하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당뇨망막병증으로 시력이 크게 나빠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며 “이로 인해 30~40대 젊은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당뇨망막병증이 특별한 통증 없이 서서히 시력이 떨어지기에 환자 스스로 병 진행을 잘 알아채지 못합니다. 비문증(날파리증ㆍ눈 앞에 먼지나 벌레 등이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 광시증(어둠 속에서 빛을 느끼는 증상), 변시증(사물이 비뚤어져 보이는 증상), 시야 흐림, 야간 시력 저하, 독서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지요.”

문 교수는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눈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제2형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을 첫 진단 받았을 때 당뇨망막병증이 이미 생겼을 수 있기에 반드시 눈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망막병증을 예방하려면 생활 속 습관도 중요하다. 문 교수는 “스마트폰, 컴퓨터, TV는 되도록 적정거리를 지키고, 흔들리는 차 안이나 햇살이 비치는 야외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는 진료철학으로 수술할 때 밤 12시까지 모든 스케줄을 다 비워둘 정도로 일 중독자인 문 교수는 “당뇨병은 아무리 잘 조절해도 합병증은 생기므로 앞으로 합병증 치료에 중점을 둔 진료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정상인과 당뇨망막병증 환자의 망막.
정상인과 당뇨망막병증 환자의 망막.

<눈이 건강해지는 습관>

-책상에 앉을 때는 조명을 꼭 켠다(백열등이나 할로겐램프).

-컴퓨터는 40~50㎝, TV는 2m 떨어져 본다.

-책을 읽을 땐 바르게 앉아 30㎝정도 떨어져 읽는다. 40~50분쯤 본 뒤에는 10분간 먼 곳을 바라본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화면 글자를 키워 눈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멀리서 본다.

-흔들리는 차 안이나 따가운 햇살이 비치는 야외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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