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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탄생할 광화문광장은 ‘민주주의’ 담긴 모두의 공간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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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탄생할 광화문광장은 ‘민주주의’ 담긴 모두의 공간 될 것”

입력
2017.04.2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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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선 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광장 재구조화 기본 계획 맡아

“8년 만에 뜯어 고치는 이유는

맥락 없어 외톨이 공간으로 전락

국가 중심공간으로 만들어야”

함인선 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설명하고 있다. 재구조화의 기본 밑그림을 그리는 광화문포럼에 속한 그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진행돼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왕태석 기자
함인선 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설명하고 있다. 재구조화의 기본 밑그림을 그리는 광화문포럼에 속한 그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진행돼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왕태석 기자

서울시가 최근 ‘장미대선’ 이후 광화문광장의 모습을 크게 바꾸는 재구조화 계획을 밝혔다. 거대한 중앙분리대 역할에만 머무는 지금의 광화문광장을 민주주의가 발현하는 핵심 공간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비용적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조성된 지 8년밖에 안 된 곳을 굳이 뜯어 고쳐야 하냐는 반발도 크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꼭 필요한지, 하필 왜 지금 논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함인선 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광화문광장은 비일상적인 공간이 돼 버린 데다 공공성마저 결여됐다”고 했다. 함 전 교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기본계획을 그리는 ‘광화문포럼’의 구성원 40여명 중 1명이다. 시에 따르면 광화문포럼은 재구조화에 필요한 기본 밑그림을 오는 6~7월 시에 제시한다.

그는 광화문광장이 비일상적인 공간이 됐다는 근거로 “찾는 이가 거의 관광객이라는 점과 가장 가까운 편의점도 길을 건너야 하는 외딴섬 구조가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진·무교·도렴동 도심재개발에 의해 옛 골목길들이 와해되면서 광화문광장 일대가 도시적 맥락을 잃고 외톨이 공간이 됐다고도 했다.

“광화문광장 방문객은 섬에 갇힌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동상과 꽃밭, 분수 같은 화려한 시설을 설치해 이를 보는 동안 고립감을 없애 주려 하는 거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화려한 디자인은 방문객을 그저 구경꾼이나 방관자로 만들어 버릴 뿐입니다.”

함 전 교수는 공공의 공간은 깨끗이 비워질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아이들에게 놀이기구 대신 빈터를 주면 더욱 창의적이고 다양한 놀이를 고안해 내는 이치와 같다. 그래야 광화문광장이 누구나 언제든 올 수 있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민주주의 발현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왕복 10차로인 광화문광장 옆 도로를 대중교통만을 위한 4차로로 줄이고, 최대한 ‘광장’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많은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그러나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이미 서울광장이 하는 데다, 재구조화에 따른 교통혼잡과 비용조달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재구조화에 따른 ‘가성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함 전 교수는 ‘국가 중심공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조선시대 광화문광장 자리는 왕궁 정문인 광화문과 육조가 위치해 권력의 정당성 등을 표상하는 중심공간 역할을 했으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앞길로 바뀌면서 차가 점령한 것도 모자라 일반시민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 후 최근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시청 앞에 있는 서울광장이 국가 중심공간 역할을 하기엔 벅차다”고 했다.

함 전 교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정치적 해석’은 경계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촛불혁명을 기억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촛불세력’의 정치적 입지를 늘려 준다는 주장은 색안경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재구조화는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진행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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