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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소설 1984와 오늘 2016년

입력
2016.04.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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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처음으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읽었다. 나는 책을 오래 읽는 스타일인데 이 책은 하루 이틀 만에 끝까지 읽었다. 나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이 책이 현재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게 그려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1984’를 읽으면서 전체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태어났고 자란 러시아가 과연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또는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아시아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변화와 굴곡이 심한 것으로 유명한 이 나라가 과연 제대로 변화하고 있는 것인지, 흔히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는 미국이 과연 진지한 민주주의 국가인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책이 발간된 1949년 당시로서는 먼 미래인 1984년에 대해 쓴 책인데 어찌나 이렇게 정확하게 현 세상을 그려 주는지. 프로파간다에 시달리는 대중도, 서민들 생활의 구석구석을 관찰하는 ‘빅 브라더’ 정부도. 미래를 그린 소설이기에 당연히 과장한 부분도 있지만 그 기본은 아주 현실감 넘치게 구성돼 있어서 오늘날의 작가가 쓴 소설을 읽고 있거나, TV를 통해 실제 뉴스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 헷갈릴 정도였다.

우리는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 접속이 쉬어진 만큼 받은 정보의 진실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더 어려워 진 것 같다. 한 나라 안에서도 같은 사건을 설명할 때 입장이 전혀 다르고, 부각시키는 사실들도 저마다 다르고, 설명 자체가 제 각각인 상황인데, 국제 뉴스를 보면 더욱 당황스러워진다. 나는 정치나 국제 시사에 대해 관심이 많아 매일 아침 일어나면 뉴스부터 본다. 러시아 인터넷을 통해 러시아말로 전해지는 뉴스, 미국에서 나오는 영어로 된 보도, 한국말로 전하는 뉴스, 다 골고루 확인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 세 가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사건이나 일을 설명할 때도 해석이나 분석이 세 나라 모두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 때로는 웃음이 나지만,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사람 사이 의견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각장애인이 코끼리의 한 부위만 만지고 코끼리가 어떤 동물인지부터 판단하는 것 같다는 인도 현인의 명언처럼 같은 뉴스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기의 이익과 연관될 때 자신에게 유리하게 거짓 해석을 하려 하는 경우 문제가 생긴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한 민주주의 원칙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는 정부의 투명성이다. 선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 올바른 후보를 선택하는 것 역시 정보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 선거에 당선된 정치인은 자기를 뽑은 국민 앞에서 오로지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것은 바로 민주주의의 제일 큰 장점이다.

그러나 현재 여러 나라 정부들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아예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해 버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인권을 최우선으로 철저히 보호한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나라에 주둔한 군부대에서 재판도 안 받은 사람을 잡아 두고 국제법으로 엄격히 금지된 고문을 시키는 정부, 이웃 국가의 영토를 의심스런 구실을 앞세워 빼앗아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는 정부, 아무 죄 없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100명 넘게 사망한 침사에 대해 제대로 조사도 없이 진실을 감추는 정부, 과연 이 행동들이 민주주의적이라고 불릴 수 있을지 ‘1984’를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다.

한편으로 민주주의는 전체주의의 또 다른 면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영국 정치인 윈스톤 처칠이 1947년에 영국 국회 연설을 했을 때 한 말이 있다.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체제다. 예전에 써 본 다른 체제들을 제외하면.” 민주주의적 정치체제는 단점이 정말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류에게 민주주의보다 더 나은 정치체제가 없다는 것도 분명한 것 같다.

일리야 벨랴코프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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