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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순수한 마음..." 김주하, 박 대통령 옹호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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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순수한 마음..." 김주하, 박 대통령 옹호 발언 논란

입력
2016.10.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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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하 MBN 앵커가 26일 ‘뉴스 8’에서 ‘최순실 씨에게’라는 제목으로 편지 형식의 브리핑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김주하 MBN 앵커가 26일 ‘뉴스 8’에서 ‘최순실 씨에게’라는 제목으로 편지 형식의 브리핑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김주하 MBN 앵커가 박근혜 대통령을 ‘피해자’로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앵커는 지난 26일 방송된 MBN ‘뉴스 8’의 뉴스초점 코너에서 ‘최순실 씨에게’라는 제목으로 편지 형식의 브리핑을 했다.

그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며 “대통령의 딸과 평범한 대학생, 쉽지 않은 인연으로 만나 40년간 우정을 지켜오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또 물심양면으로 서로 도움도 줬을 것이다”고 추측성 멘트를 날렸다. 이어 그는 “이제 그 언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고 대통령은 한 개인이 아니라 국가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라며 “대통령 성공이 대한민국 성공일진데 지금 대통령은 당신과 인연의 끈을 놓지 못했다는 이유로 큰 곤경에 빠졌다”고 읊었다.

김 앵커는 이후 “물론 처음에는 언니를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을 줬을 것”이라며 “하지만 어느새 호의는 권력이라는 보상을 받게 됐고, 당신은 그 권력을 남용해버렸다”고 했다. 또 “진심으로 언니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숨지 말고 당당하게 세상에 나와 그 의리를 보여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 앵커의 방송 이후 언론계에서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메인뉴스 앵커로서 적절한 발언이 아니다”며 “공정성 객관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 진실을 왜곡하는 방해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종면 YTN 해직 기자는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신의 계정에 김 앵커의 방송을 링크해 “MBN 특임이사이기도 한 김주하씨가 박 대통령을 두둔했다”며 “박 대통령이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해 곤경에 처한 동정의 대상으로 묘사돼 있다”고 꼬집었다.

네티즌도 김 앵커의 발언에 발끈하고 있다. 김 앵커가 대통령을 향해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해 대통령이 큰 곤경에 빠졌다”고 하고, “(대통령에게) 의리를 보여달라”는 표현 등을 서슴지 않아 ‘한 방송사를 대표하는 앵커가 대통령을 일방적인 피해자로 모는 것 아니냐’는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은 “앵커는 중립성을 지켜 공공의 알권리를 위해 팩트를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jo******), “정치는 실력과 올바른 도덕성으로 하는 것이지 인간적인 의리 따위로 하는 게 아닙니다’(ji*****), “참 어처구니가 없다. 국민을 우롱하는 거나 뭐냐!”(68******), “주범은 박 대통령이고 공범은 최순실이다. 피해자는 국민이고!”(ds*****) 등의 의견을 보이며 김 앵커를 비난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MBN 뉴스 초점 브리핑 전문

최순실 씨에게….

죄송하지만 오늘은 한 사람에게 이 시간을 할애할까 합니다. 최순실 씨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최순실 씨, 혹시 요즘 뉴스 보셨습니까? 대한민국이 지금 당신으로 인해 얼마나 난리가 났는지?

지난 3년 간 현 정권과 관련해 끊이지 않았던 소문의 배후가 당신이었다는 사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정작 그 주인공인 당신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독일로 갔다는 소식이 마지막이고, 독일에서도 많은 언론이 당신을 찾고 있지만 흔적조차 없다고들 하더군요.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딸과 평범한 대학생….

쉽지않은 인연으로 만나 40년 간 우정을 지켜오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했을 것이고, 물심양면 도움도 줬을 겁니다.

하지만 그 언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고, 대통령은 더 이상 한 개인이 아닌 국가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입니다.

대통령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일진데, 지금 대통령은 당신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못했다는 이유로 큰 곤경에 빠져있습니다.

물론 처음엔 언니를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을 줬을 겁니다. 하지만, 어느새 호의는 권력이라는 보상을 받게 됐고, 당신은 그 권력을 남용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언니를 넘어 나라를 위해 한 일이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죠.

하지만 덕분에 그 언니는 지금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죠.

'지금까지 언니 옆에서 의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이만큼 받고 있다'

당신이 한 말에서 보듯 당신은 이미 언니와의 의리가 순수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했죠.

당신 말대로 박 대통령과의 의리 때문이었다면, 나라가 들쑤셔놓은 듯 엉망이 된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당신은 떳떳하게 그동안 한 일을 밝히고, 잘못이 있다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어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대통령을 본 기자들은 그렇게 힘없고 어두운 모습은 처음 봤다고들 합니다. 지금 당신의 언니가 처한 상황이 그렇습니다.

진심으로 '언니를 위해, 나라를 위해 한 일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숨지말고 당당하게 세상에 나오십시오. 그리고 그 의리를 보여주십시오.

국민을 대신해 김주하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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