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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인구 급증하지만 응급의료 공백 헤어날 길은 아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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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인구 급증하지만 응급의료 공백 헤어날 길은 아득

입력
2017.02.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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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1-4생활권(도담동) 세종충남대병원 부지. 세종충남대병원은 애초 계획한 내년 상반기 개원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르면 2019년 하반기부터나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실시설계 적격자가 지난해 말에야 계룡건설컨소시엄으로 선정되는 등 건립 일정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1-4생활권(도담동) 세종충남대병원 부지. 세종충남대병원은 애초 계획한 내년 상반기 개원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르면 2019년 하반기부터나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실시설계 적격자가 지난해 말에야 계룡건설컨소시엄으로 선정되는 등 건립 일정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세종소방서 구급대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7명(3건)의 응급환자를 대전시내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구급대는 이날 오전 6시 24분쯤 아름동 모 아파트에서 김모(49)씨가 위급하다는 신고를 받아 출동했다. 구급대는 결핵으로 토혈까지 겹쳐 심정지 상태인 김씨를 응급처치한 뒤 유성 선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상태가 워낙 위중했던 김씨는 다시 충남대병원으로 이송된 뒤 결국 감은 눈을 다시 뜨지 못했다.

구급대는 이날 오전 9시 9분쯤 종촌동 모 아파트에 사는 박모(79)씨가 폐렴으로 위독하자 을지대병원으로 옮겼고, 오후 8시 24분쯤 아파트 단지 앞 교통사고로 다친 환자 5명을 대전 을지대병원과 유성 선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세종소방서 관계자는 “관내에 제대로 된 응급의료기관이 없으니 시간적으나 물리적으로나 모두 한계가 있다”며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는 자괴감으로 답답할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세종 신도심 모 행정기관 공무원 A씨는 두 달 전 저녁에 매운 주꾸미볶음을 먹은 뒤 탈이 나 고생하다 대전시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오후 9시 30분쯤 아픈 배를 부여잡고 지역 당직병원 3곳에 연락해봤지만 이미 벌써 문을 닫았기 때문이었다. A씨는 “태어나서 이렇게 배가 아파 본 적이 없었다. 세종에는 연락해봐도 갈 곳이 없어 처형의 도움으로 대전 선병원까지 가 응급치료를 받은 뒤 새벽에 귀가했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2011년 첫마을 입주를 시작으로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응급의료 공백은 6년째 계속되고 있다. 관내 제대로 된 응급의료 기관이 없다 보니 주민들은 여전히 대전과 청주 등으로 원정 응급진료를 감수하고 있다. 때문에 응급환자의 고통이나 불편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종충남대병원의 개원 시기가 늘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인구 규모에 걸맞는 응급의료 시스템 확보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세종시는 대학병원급 응급 의료 서비스가 가능한 병원이 없다. 대전 유성선병원(지족동)과 을지대병원(둔산동), 건양대병원(관저동), 충남대병원(문화동) 등이 응급의료 기능을 대체하고 있지만 관외다 보니 시간적 제약이 크다.

충남대병원이 신도심 주민을 위해 세종의원을 설치했지만 응급의료기능은 없고, 조치원읍 서울대병원 위탁 시립의원도 노인전문병원으로 기능을 전환했다. 조치원 효성세종병원에서 응급진료를 한다고 하지만 기초적인 수준에 그쳐 응급환자들은 사실상 대전이나 청주, 심지어 천안까지 가야 한다.

세종소방서 구급대 최선진 소방사는 “어르신도 그렇지만, 어린 아이가 한참 동안 구급차를 타고 먼 곳에 있는 응급실로 가는 걸 보면 정말 안쓰럽다”며 “세종시에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응급의료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학수고대하는 세종충남대병원(도담동) 개원도 미뤄지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3만5,261㎡ 부지에 연면적 7만4,000㎡, 지하 3층, 지상 11층, 500병상 규모로 건립된다. 암센터와 여성의학센터 등 9개 특성화센터, 내ㆍ외과계 등 12개 부문 및 응급진료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충남대병원은 세종충남대병원 개원 시기를 애초 2018년 상반기로 밝혔지만 실제로는 적어도 1년 반 이상 지연된 2019년 하반기는 돼야 개원할 전망이다. 실시설계 적격자가 지난해 말에야 계룡건설컨소시엄으로 선정되는 등 건립 일정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대병원은 내부적으로는 예산 확보도 쉽지 않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국대병원 부속 세종의원(국무조정실 앞)도 체계적인 응급의료 시스템을 기대하기 힘들다. 단국대병원은 2011년 6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토지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5년 6개월이나 흐른 지난해 12월 초 준공했다. 단국대병원 측은 세종의원의 개원 시기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세종시는 단국대병원과 2014년 재난 발생 시 신속한 응급의료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을 위안 삼고 있다.

세종시에선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응급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관내에 제대로 된 응급의료기관이 없다보니 대전 등 외지로 환자들을 이송하고 있다. 세종시소방본부 제공
세종시에선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응급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관내에 제대로 된 응급의료기관이 없다보니 대전 등 외지로 환자들을 이송하고 있다. 세종시소방본부 제공

당장의 응급의료 공백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인구 규모에 맞는 응급의료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계획조차 없는 게 더 큰 문제다. 행복청과 세종시가 목표한 인구 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행복도시(신도심) 50만, 읍ㆍ면 30만 등 총 80만 명이다. 3년여 뒤면 세종시는 인구 3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종충남대병원은 권역이 아닌 지역센터급 응급의료센터를 일단 계획해 응급의료 수요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인구 80만명이 됐을 때 세종충남대병원 한 곳이 응급의료를 감당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행복청은 기본계획 상 의료기능을 부여했던 5생활권의 국립중앙의료원 유치가 물 건너 간 뒤 세종충남대병원 말고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빅 5 병원’ 모시기에 나섰지만 고배를 마셨다. 또 현재 5, 6생활권 기능 맞바꾸기를 꾀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자족 기능 차원의 구상일 뿐 응급의료 체계 확보 계획은 아직 나온 게 없다.

세종시도 응급의료 공백 해소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구도심(읍ㆍ면)은 아예 가능성이 없어 행복청이 신도심에 추가 유치하는 것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행복청 관계자는 “3생활권에 250병상을 갖춘 2차 병원을 유치하긴 했지만 대학병원만큼의 응급의료 수준은 힘든 게 사실”이라며 “세종충남대병원을 제외한 응급의료 기관 유치는 아직 없다. 5,6생활권 기능 변경 등이 이뤄지면 거기에 맞게 의료특화단지 조성 계획을 마련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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