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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정기보수 코앞인데… 유화업계 난감한 주 5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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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정기보수 코앞인데… 유화업계 난감한 주 52시간

입력
2018.07.19 18:19
수정
2018.07.20 00:4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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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주기로 한달 이상 시행

‘주52시간’에 인력 집중 투입 못해

공장 가동 중단 길어져 매출 타격

하루에 수백억원씩 손실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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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4월부터 대책 요구했지만

제도 시행 초기 예외인정 소극적

국가 에너지 수급 문제 생길 수도

석유화학업체 A사는 8월로 예정된 대규모 정기 보수를 코 앞에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정유ㆍ화학업계는 업체마다 2, 3년 주기로 전체 생산시설 가동을 한 달 이상 중단한 채 인력을 집중 투입해 대규모 정기보수를 시행하는데, 올해는 이달 1일부터 시작된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해 가동 중지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보수 기간 직원 300명이 2조 2교대로 나뉘어 1개 조(150명)가 12시간씩 근무해 1인당 한 주 평균 80~90시간 작업해, 보수 기간을 1개월, 길어도 2개월 이내로 맞추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올해부터는 3조 3교대로 나눠 1개 조(100명) 당 하루 8시간씩 근무해야 한다. 결국 단위 시간당 투입인원이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 정비 기간이 한 달가량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거에는 정기 보수를 앞두고 한 달 전부터 주 68시간 근무하며 생산량을 늘려 저장하면서, 보수 기간의 매출 손실에 대비했는데 이마저 어려운 상황이라 수익 급감을 피할 수 없다.

A사는 보수 기간이 길어지면 하루에 수백억원씩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A사 관계자는 “모자란 인력을 신규 채용할 수도 있지만, 보수가 끝나면 유휴인력이 돼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며 “보수 동안 부족한 인력을 아웃소싱을 통해 고용할 수 있다고 해도, 숙련도가 떨어져 효율성 저하 또는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하반기 정기 보수를 눈앞에 둔 정유ㆍ석유화학 업계가 주 52시간 근무로 인해 딜레마에 빠졌다. 19일 정유ㆍ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8월로 예정된 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 여천NCC 한화토탈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등 여러 업체가 하반기에 줄줄이 대규모 정기보수를 앞두고 있다.

기업들은 대개 정유설비는 2, 3년, 화학설비는 3, 4년을 주기로 ‘대보수’를 한다. 이 기간에는 모든 공장 가동을 중단한 뒤 전체 설비를 점검하고 노후 장비를 교체한다. 비용은 수천억원이 들어가고, 기간도 적게는 한 달에서 많게는 60일까지 소요된다. 대보수 기간을 하루라도 단축하는 것이 기업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올해는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정기보수 기간에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없게 됐다. 업계는 4월부터 정부에 수차례 이런 사정을 호소하며 ▦현행 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기준 기간을 6개월 또는 최대 1년까지 확대하거나 ▦정기보수를 ‘특별 연장근로 인가’(자연재해 및 재난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무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에 포함해 줄 것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국은 주 52시간 제도 시행 초기라는 이유로 예외 인정에 소극적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영향을 업종별로 면밀하게 분석해 발표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관련 업종별 실태조사를 고용부 등과 추진할 예정”이라며 “실태조사 결과 발표 시기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혀, 정기보수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석유화학 업체를 애 태우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업체들은 일단 보수 기간을 연장하거나 부족한 인력 아웃소싱을 검토 중이다. 하반기 정기보수를 앞둔 B사 관계자는 “정비전문업체 인력풀도 한정돼 있어 숙련된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의 느린 대응에 따른 부담은 기업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데다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연간 약 100조원 생산, 50조원 수출하는데, 보수 기간이 연장돼 한달 더 공장 가동을 멈추면 산술적으로 수 조원의 생산ㆍ수출이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도 "기업의 실적도 문제지만, 국가적으로 에너지 수급에 문제 생길 수 있고, 정기보수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려다 보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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