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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번역 부문/ 시야 넓혀주는 공들인 번역서 넘쳐… 완성도까지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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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번역 부문/ 시야 넓혀주는 공들인 번역서 넘쳐… 완성도까지 높아

입력
2017.12.01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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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부문’에서는 땀 흘려 만들어낸 ‘작품’들이 넘쳤다. 번역서에 대한 기대는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어주는 것인데, 이 기대에 부응했다는 평이다. ‘미국의 반지성주의’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는 트럼프 시대의 미국에 대해, ‘증오의 시대’는 중국 명ㆍ청 교체기를 통해 우리 지식인의 위선에 대해 잘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휠덜린 시전집’은 낭만주의 시인인 프리드리히 휠덜린 작품에 대한 첫 완역 작업이었다는 점, ‘셰익스피어 전집’은 희곡 이외 서사시와 소네트 등 전작을 시적 리듬감까지 고려해 번역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진화론의 오랜 고전 ‘개미와 공작’은 결코 쉽지 않은 책인데 첫 번역서로서 완성도까지 높다는 평을 받았다. 여성과 식물을 다룬 ‘랩걸’, 대륙의 주변부에 집중한 ‘실크로드 세계사’ㆍ’절반의 중국사’ 모두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줬다.

랩걸

호프 자런 지음·김희정 옮김·알마 발행

과학자를 꿈꾸던 소녀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맞닥뜨린 사회의 높은 벽을 온몸으로 부딪히면서도 자연과 과학을 향한 사랑과 동료에 대한 믿음으로 꿋꿋하게 연구자의 길을 걸어간 이야기를 담아냈다. 여성 과학자의 성공적인 커리어와 뛰어난 글 솜씨에 끌려 책을 잡았지만 결국은 한 권의 책 안에 담긴 진솔한 자기성찰과 이웃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공감하고 또 위로 받게 된다. 좋은 글을 쓰는 과학자의 등장이 새삼 반가운 이유다.

미국의 반지성주의

리처드 호프스태터 지음 ·유강은 옮김·교유서가 발행

지난 50여 년간 국내 지식인과 언론인 사이에 아주 많이 인용한 책이지만, 원문의 까다로움과 비상업적인 책의 성격으로 단 한 번도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던 명저이다. 1963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으로, 국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해외에서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시에 수차례 인용된, 오늘날 '반지성주의' 개념을 정립시킨 20세기 지성사의 고전이다. 미국의 문화와 정치사 전반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매우 섬세하고 깊이 있는 글로 원문의 뜻을 잘 살리면서도 최대한 우리말로 이해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실크로드 세계사

피터 프랭코판 지음·이재황 옮김·책과함께 발행

고대 종교의 탄생부터 현대의 국제정치까지, 새로운 패러다임의 2,000년 세계사를 담아냈다. 중국과 미국의 G2 시대, 실크로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옛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의 핵심 연결망이다.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벌어진 교류와 흥망의 역사를 다루며 실크로드가 지닌 의미에 대해 분석했다. 저자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알아야 할 장대한 역사와 변화의 과정을 서술하며 근현대사를 비중 있게 다루어 현재적 의미를 강조했다.

횔덜린 시 전집

프리드리히 횔덜린 지음·장영태 옮김·책세상 발행

절망 속에서도 구원을 꿈꾼 광기의 천재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시 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횔덜린이 15세에 처음으로 쓴 ‘사은의 시’부터 1843년 6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쓴 ‘전망’에 이르기까지 300편에 달하는 그의 모든 시는 물론 시작을 위한 메모, 착상, 단편을 횔덜린 시 세계의 발전 단계에 맞춰 시기별로 구분해 두 권의 책에 빠짐없이 담았다. 이 전집을 통해 그의 시 세계만큼이나 극적이었던 횔덜린의 삶과 사명을 띤 시인으로서의 고뇌, 사색가로서의 면모 모두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증오의 시대

자오위안 지음·홍상훈 옮김·글항아리 발행

증오의 시대는 명·청 교체기 사대부들의 심리와 그들의 생존방식을 방대하게 다루며 사대부들 사이의 서찰을 중점적으로 분석해 이후 연구의 초석을 닦은 기념비적 연구다. 명·청 교체기는 명나라 한족이 청나라 만주족에게 나라를 넘겨준 시기다. 치욕과 자기모멸 속에서 증오가 들끓었고 또 다른 생존이 모색된 시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왕조 교체기 사대부들이 어떤 경험을 했고, 특히 어떤 부분을 반성했는지 주요 인물별로 다양하게 살펴보았다. 방대한 분량과 깊이로 인해 번역하고 출판되기까지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

로버트 J. 고든 지음·이경남 옮김·생각의힘 발행

'4차 산업혁명'이라는 출판 트렌드에 정면으로 반하며, '미국의 지난 100년 같은 성장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경제 전망을 담아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 교수로부터 "이 책은 감히 아류가 있을 수 없는 하나의 랜드마크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1,040쪽에 걸쳐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말까지 혁명적인 한 세기 동안 변화했던 미국인의 생활과 경제, 사회 전반을 방대한 자료와 디테일로 묘파해내며, 새로운 산업혁명이라는 허상을 직시하고 '결과의 평등'을 위한 정책 변화를 주장한다.

소리와 몸짓

칼 사피나 지음·김병화 옮김·돌베개 발행

‘소리와 몸짓’에는 다양한 동물들과 그에 대한 서술이 등장한다. 동물들이 저마다 만들어내는 다양한 소리와 행동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특히 우리말로 표현해내기 어려운 부분들을 탁월하게 옮기며 극찬을 받았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동물을 보는 아름답고 슬픈 정서가 그대로 담겨있다. 원저자가 담고자 했던 목소리를 살리면서 국내 독자들의 수준과 상황을 고려하며 번역됐다.

개미와 공작

헬레나 크로닌 지음·홍승효 옮김·사이언스북스 발행

현대 다윈주의를 대표하는 수많은 학자들을 매혹시킨 이 시대 진화론의 고전이다. 이타주의와 성 선택의 수수께끼를 둘러싼, 진화론의 역사에서 가장 치열한 토론의 과정과 그 성과를 집대성한 역작이다. 저자인 헬레나 크로닌은 런던 정치경제대학(LSE) 박사 학위 논문이었던 이 책의 출간으로 일약 세계적인 진화 생물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녀는 일개미들의 자기희생과 수컷 공작들의 아름다운 깃털이 개체들의 번식과 생존이라는 틀을 넘어서 다윈주의의 영역을 확장해 가는 학문적 진화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했다.

셰익스피어 전집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이상섭 옮김·문학과지성사 발행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 사후 400주년을 맞아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한 권에 담았다. 국내에서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과 소네트 연작 등 44편을 단 한 권에 담고 있는 전집은 없었다. 이상섭 연세대 명예교수는 셰익스피어 원전의 운율을 살린 ‘운문’ 형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본디 공연을 위한 희곡이었던 만큼 실제 공연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번역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우리말로 옮기는 게 불가능한 원문(영어식 말장난)에 대한 번역을 살려 본연의 셰익스피어를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절반의 중국사

가오훙레이 지음·김선자 옮김·메디치미디어 발행

저자는 중국 역사의 대부분이 중원 왕조, 한족 중심의 역사로 서술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비(非)한족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다뤘다. 이 책은 방대한 자료를 읽고 탐구하여 소수민족의 기원을 밝히는 데 역점을 둔 작업이다. 오늘날 중국 땅에 존재했던, 그러나 그 동안 조명 받지 못했던 18개 소수민족의 이야기를 200자 원고지 약 5,000매 분량으로 저술한 방대한 저작이다. 이를 통해 지금껏 역사의 무대에서 조연 또는 엑스트라로 취급 받던 소수민족을 전면에 내세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박혜인(중앙대 정치국제학과 4)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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