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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한국인 희생 언급했지만 위령비 지척서 ‘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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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한국인 희생 언급했지만 위령비 지척서 ‘귀로’

입력
2016.05.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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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앞줄 왼쪽)과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앞줄 오른쪽)이 27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시 히로시마평화공원내 한국인위령비 앞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위령비에도 헌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히로시마=박석원특파원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앞줄 왼쪽)과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앞줄 오른쪽)이 27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시 히로시마평화공원내 한국인위령비 앞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위령비에도 헌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히로시마=박석원특파원

원폭자료관 참관 후 위령탑 헌화

핵없는 세계ㆍ평화 메시지 발표

아베, 시종일관 그림자 동행

한국인피해자 방일대표단은

행사장 진입도 못한 채 울분

“비극의 대물림… 사죄ㆍ배상하라”

분노ㆍ눈물 섞인 외침만 허공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디딘 27일 일본 히로시마평화공원엔 일장기와 성조기의 파도가 넘쳤다. 미국과 일본의 동맹도 최고조에 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희생자위령비 앞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일본 원폭피해 생존자를 위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위령비에서 3분거리의 한국인 원폭희생자위령탑은 끝내 외면했다.

이세시마(伊勢志摩) 주요7개국(G7)정상회의를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야마구치(山口)현 이와쿠니 미군기지로 이동한 뒤 헬리콥터에 탑승해 오후 5시쯤 히로시마평화공원에 도착했다. 오바마 대통령 일행은 이어 삼엄한 경비 속에 원폭의 참상을 담은 사진과 유품이 전시된 원폭자료관부터 참관했다. 앞서 존 케리 국무장관이 4월 한 차례 다녀갔던 터라 미국 측은 일정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지만 일본 측이 꼭 둘러봐야 한다고 고집해 일정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원자폭탄을 투하한 당사국의 현직 대통령이 참혹한 전시내용을 둘러보는 장면이 세계적으로 공개된다는 사실에 민감했지만 오키나와 미군무원의 일본여성 살해사건으로 악화한 일본 여론을 감안해 결단을 내렸다는 관측도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동선에는 아베 총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했다. 자료관을 나온 두 정상은 희생자위령비 앞으로 나아가 순차적으로 헌화한 뒤 묵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71년 전 죽음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세상은 변했다”로 시작하는 17분간의 연설을 했고 아베 총리는 “미일 화해와 신뢰, 우정이란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새기는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 대표인 쓰보이 스나오(坪井直ㆍ91)씨와 이와사 미키소(岩佐幹三ㆍ87)씨, 다나카 데루미(田中熙巳ㆍ84)씨 등 원폭피해자와 초청인사 등 100여명은 연단 바로 앞에서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봤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뒤 스나오씨에게 다가가 두 손을 감싸며 잠시 대화를 나눴고 다른 피해자를 만나서는 어깨를 두드려가며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이후 두 정상은 원폭 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3분 거리의 한국인 희생자위령탑은 끝내 외면했다. 때문에 한국에서 건너온 한국인원폭피해자 방일대표단 10명은 오바마 대통령을 먼발치에서도 만나지 못한 채 울분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에선 “미국과 일본은 한국인 위령비 앞에도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만 허공에 흩어졌다.

앞서 한국인위령탑 앞에서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특별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은 “오바마의 일본 방문이 일본의 피해만 부각시키고 식민지억압과 피폭이란 이중의 희생을 당한 한국인 피폭자들에게는 이중의 상처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은 뇌성마비를 가진 아들(34세)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전쟁은 그때(1945년 8월) 끝나지 않았고 우리는 태어나는 날로부터 전쟁이 시작됐다”며 “대물림되는 이 잔인한 모습을 기억해달라. 오바마 대통령도 이 모습을 보고 사죄와 배상을 해달라”고 눈물을 흘렸다.

한국인 피해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문’도 준비했지만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서한문에서 이들은 “귀하는 아무런 죄도 없이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로 인한 강제징용과 피폭으로 죽어간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찾아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히로시마 방문단은 도리어 전날 간사이(關西)공항에 도착한 뒤 오사카(大阪)입국관리국으로부터 2시간 동안 입국목적 등과 관련해 집중적인 조사를 받아야 했다.

히로시마=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그림 2한국원폭피해자협회 등 방일대표단이 27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廣島)시 히로시마평화공원 내 한국인 위령비 앞에서 추모행사를 갖고 있다. 히로시마=박석원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6일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개막한 주요7개국(G7)정상회의 기간 우애를 과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6일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개막한 주요7개국(G7)정상회의 기간 우애를 과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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