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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형집행 공약

입력
2017.04.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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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사형집행 재개를 공약했다. 그는 TV토론에서 “사형을 안 하니 흉악범이 너무 날뛴다”고 했다. 사형이 집행돼야 흉악범죄에 대한 경고와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민 다수가 사형집행에 찬성하는 등 흉악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고조되는 법 감정도 근거로 제시된다. 실제 ‘2015 법의식 조사’를 보면 국민 65%가 사형제 폐지에 반대한다. 국내에선 김영삼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지존파 6명 등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이후 20년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실질적 사형폐지 국가’다.

▦ 유럽은 사형제 존폐 여부로 문명국과 비문명국을 가른다. 30개 주가 사형제를 유지하는 미국을 ‘미개한 양키의 나라’로 여긴다. 현재 사형제를 없앤 나라는 160여개국에 달한다. 국제앰네스티는 사형제를 “인권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회복 불가능한 부정”이라고 규정한다. 강요된 자백이나 고문, 잘못된 증거에 따른 오심 가능성도 존재한다. 75년 박정희 정권이 선고 즉시 사형을 집행한 인혁당 사건 관련자 8명은 뒤늦게 무고한 사법 살인의 희생자로 밝혀졌다. 범죄 억제 효과가 있다는 객관적 증거도 없다.

▦ 사형제는 독재 및 왕정국가가 선호한다. 공포정치의 훌륭한 수단인 탓이다. 북한 김정은은 매년 수백 명의 정치범을 ‘배반’‘변절’ 등 자의적 법 잣대로 처형한다. 수십 명의 당 간부를 중기관총 4정을 묶은 대공포로 잔혹하게 죽이기도 했다. 중국 언론이 지난해 보도한 사형 집행 건수는 305건. 앰네스티는 중국이 다른 모든 국가보다 더 많은 수천 명의 사형을 집행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통계가 공개된 사형집행 상위권은 이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종교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간통, 신성모독 등도 처형한다.

▦ 국제사회에서 사형제는 인권의식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프랑스 극우정당 민족전선(FN)조차 대선을 앞두고 사형제 부활 당 강령을 폐기했다. ‘악마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다. 사형은 흉악범 응징을 바라는 군중심리에 영합하는 구시대 유물이다. 국가가 대중 정서에 기대 저지르는 또 다른 살인 행위다. 사형이 가장 심한 형벌인지도 의문이다. 감형이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처럼 두고두고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게 더 가혹할 수 있다. 홍 후보의 사형제 부활 공약은 극우와 독재가 한통속임을 보여 준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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