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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2년차 징크스’는 실제로 존재할까?

입력
2018.08.01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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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에서 ‘2년차 징크스’라는 용어는 널리 알려져 있다. 신인으로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선수가 두 번째 시즌에서 부진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2학년’이라는 뜻으로 ‘소포모어 징크스’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알고 보면 허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한국스포츠심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윤영길 한국체대 사회체육학 교수는 “징크스는 우리가 만든 허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두 리그(아메리칸리그ㆍ내셔널리그)에서 신인상을 거머쥔 선수들의 향후 10년 동안 타율 변화를 추적하는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는데, 2년 차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데뷔 첫 해 펄펄 날면 이듬해 곤두박질 친다는 통념이 들어맞지 않는 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2년차 징크스’가 있다고 믿는 이유는 ‘뉴스가치’ 때문이라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1년차 때 잘했던 선수가 2년차 때에도 여전히 잘 하면 서서히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반면 1년차에 잘했다가 2년차 때 못 하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다. 여전히 잘 했던 선수보다 2년차 때 미끄러진 선수의 사례만 부각되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헛된 믿음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다. 윤 교수는 “징크스는 인과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건을 관련시킨 미신으로 과학적으로는 의미 없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스포츠 세계가 유독 징크스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늘 경기장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아야 하는 불안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윤 교수는 “징크스는 단기간에 자원이 투입되고 그 투입된 결과가 즉시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스포츠 특유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생겨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점에서는 루틴도 마찬가지다. 윤 교수는 “경기장 안에서 생각이 많아지면 좋은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니깐, 여러 가지 복잡한 동작들을 시리즈로 순서까지 부여해서 단순화시키는 과정이 루틴”이라고 설명했다.

징크스나 루틴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해지면 거꾸로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기도 한다. 윤 교수는 “심리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선 자기 경기력에 대한 완전한 믿음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금메달리스트인 최은경의 경우에는 어떤 경기장에 가도 이길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어서 징크스가 없었다고 한다. 윤 교수는 “징크스는 미신이고 잘못된 믿음이라는 걸 선수들에게 제대로 인식시키는 동시에 선수들은 자기 경기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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