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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피디아] 공연선진화 발판 통합전산망 제자리 걸음 이유는?

입력
2017.03.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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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미녀와 야수’는 15일 오후 기준 예매 점유율 58.8%로 실시간 예매율 순위 1위에 올랐다. 예매 관객수는 8만8,695명, 예매 매출액은 8억1,450만원에 달한다. 15일 기준 올해 가장 많은 관객들이 찾은 영화는 ‘공조’(781만7,465명)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04년부터 운영해 온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영화통합전산망)에 집계된 자료다. 영화통합전산망 자료를 토대로 영화사들은 영화 개봉 시기를 조율하거나 관객층을 어떻게 공략할 지 등 다양한 전략을 세운다. 뮤지컬, 연극, 클래식 음악 등 공연도 어떤 작품이 관객들의 호응을 얼마나 얻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연산업이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희망 찬 가정에서 2014년 첫 발을 내디딘 공연예술통합전산망(www.kopis.or.kr)이 제자리걸음이다. 주요 예매처들이 참여했으나 공연기획제작사(기획제작사)들이 정보 공개를 주저해 데이터 수집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관련 법이 정비되지 않아 기획제작사들의 정보공개를 강제할 수도 없어 이래저래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앞날이 밝지 않다. 공연계 선진화를 위해선 관련 법 개정과 기획제작사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2011년부터 논의가 시작돼 2014년 국ㆍ공립 공연시설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이 시작됐다. 영화통합전산망처럼 예매 관객수, 결제금액 등 정보를 수집해 기간ㆍ지역ㆍ장르ㆍ공연시설 별 등으로 통계를 제공한다. 지난해 11월 인터파크, 예스24, NHN티켓링크 등 국내 주요 예매처 6곳의 참여가 확정됐다. 국내 예매시장의 80%를 차지하는 곳들이지만 15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주관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공연티켓 관련 데이터 수집률은 33%에 그친다. 실제 티켓 판매 순위와 통합전산망에서의 순위가 전혀 다를 수도 있다는 의미다.

33%라는 비율조차 연간 공연티켓 온라인 시장 추정액(3,633억원)에 월별 데이터를 제공받은 공연정보(100억원)를 감안해 산출했다. 33%도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연계는 영화계에 비해 복잡한 구조를 지녀 전체 시장 규모조차 추정치만 존재하고 정확한 데이터가 없었다. 공연기획사와 공연시설, 티켓판매 대행사가 모두 분리돼 있고 티켓 가격 역시 공연 장르와 입장권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 DB에 등록된 기획제작사는 3,692곳, 공연시설은 1,022곳, 공연은 1만822건에 달한다.

시장점유율 80% 가량을 차지하는 예매처 6곳이 통합전산망과 연계를 선언한 이후에도 데이터 수집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매 공연마다 각 기획제작사로부터 통합전산망으로의 정보제공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연계에서는 기획제작사들이 티켓판매액을 모두 공개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공연이 흥행하지 못했을 경우 다음 작품에 대한 투자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고, 수익구조가 알려지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기존 관행으로는 유리했던 회계 정산 방식을 바꿔야 하는 등 기획제작사 입장에선 정보 제공으로 발생할 불편과 손해가 많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투명한 시장 정보가 필요한 투자사 뿐 아니라 기획제작사와 관객 입장에서도 통합전산망은 필수라는 목소리가 높다.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의 박병성 편집장은 “공연 산업계에서 제작이나 마케팅뿐만 아니라 정부의 문화정책에서도 데이터가 기본이 돼야 한다”며 “장르별, 시기별 종합적인 통계라도 정리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통해 기획제작사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상반기 관객수와 티켓판매액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공연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문체부와 협의해 국립 공연시설 대관, 예산 지원 등 정부지원사업 참여 조건으로 통합전산망에 정보제공 동의를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관객수로만 공연을 평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공연통합전산망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덕희 서울예술단 기획팀장은 “객석점유율 만으로 작품성을 판단하게 되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상업영화와 다양성영화로 구분한 영화통합전산망처럼 실험성 연극 등 기초예술 성격의 공연의 별도 분류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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