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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교인들 “러시아 대주교 만난 교황에게 배신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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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교인들 “러시아 대주교 만난 교황에게 배신감 느껴”

입력
2016.02.1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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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의 실질적 수장인 키릴(왼쪽)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와 프란치스코 로마 교황이 12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회담하고 있다. 아바나(쿠바)=AP 연합뉴스
정교회의 실질적 수장인 키릴(왼쪽)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와 프란치스코 로마 교황이 12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회담하고 있다. 아바나(쿠바)=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UGCC)의 교인들이 로마 교황과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의 회동을 두고 “바티칸에 배신당했다”며 실망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내에서 모스크바 총대주교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와 대립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는 그리스 정교회에서 분리돼 로마 가톨릭 산하로 분류되는 교단이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의 스비아토슬라프 총대주교는 13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과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의 만남에 대한 논평을 내놓으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교황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논평에서 “두 사람의 성명은 우리 교회의 많은 신자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실망스러운 일이었고 많은 신자들이 내게 바티칸을 향한 배신감을 토로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베드로의 후손으로서 교황에 대한 믿음은 정치나 외교, 동의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의 신념”이라며 교인들에게 기독교를 향한 변함없는 신뢰를 당부했다.

12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과 키릴 대주교는 “범 기독교의 통합과 만남을 추구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2014년 4월 크림 반도 위기 이래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내전을 애도하고 “우크라이나 교회가 분쟁을 지지하지 않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교인들 입장에서 이 성명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진실을 호도하고 러시아의 침략을 지지한 것처럼 읽힌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서부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가 동부 우크라이나의 분리주의 세력을 지지해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는 동방 정교회가 아닌 가톨릭교회로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의 8.1%가 이 교회 소속이다. 예식은 정교회 식을 따르지만 엄연히 로마 가톨릭 소속이다. 우크라이나 서부가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에 의해 통치되던 때 1596년 정교회로부터 분리된 후 로마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는 가톨릭교회가 돼 오늘날에 이르렀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등은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의 존재를 핑계로 교황과의 회동을 거부해 온 러시아 정교회 측이 아바나에서 교황과 키릴 대주교의 만남을 성사시킨 것은 푸틴 대통령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시리아 폭격으로 서구와의 관계가 나빠진 푸틴 대통령이 정교회를 이용해 서유럽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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