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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복신앙, 동성애, 성윤리… 논쟁 치열했던 종교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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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복신앙, 동성애, 성윤리… 논쟁 치열했던 종교계

입력
2016.12.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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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문화계 결산 <8>종교: 치열했던 논쟁

한국에서 출가한 미국인 현각 스님은 "한국 불교에서 외국인 스님은 데코레이션일 뿐"이라는 발언으로 큰 파장을 줬다. 현각스님 페이스북
한국에서 출가한 미국인 현각 스님은 "한국 불교에서 외국인 스님은 데코레이션일 뿐"이라는 발언으로 큰 파장을 줬다. 현각스님 페이스북

첨예한 논쟁들이 거듭된 한 해였다. 불교계는 기복신앙, 기독교계는 동성애가 화두였다. 상호 이해를 도모하려는 시도들도 이어졌지만 적잖은 주장은 끝내 평행선을 달렸다.

올해 불교계를 달군 것은 ‘기복신앙 논란’이다. 한국에서 출가한 미국인 현각 스님이 올해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복신앙이 된 한국 불교와 연을 끊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게 발단이었다. 미국 예일대와 하버드대학원 출신의 현각 스님은 1992년 숭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96년 경남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그는 유교적 위계 질서가 중시되는 사찰문화, 돈과 얽혀 버리지 못하는 사찰들의 기복신앙적 의례, 외국인 차별 등을 문제로 꼽았고, 현각 스님이 소속된 대한불교조계종을 중심으로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현각 “기복신앙이 된 한국 불교”…불교계 발칵

재가단체들은 “죽비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며 개혁을 주문했고, 승가에서는 “오해에서 비롯됐거나 억울한 부분도 적잖다”는 반응도 나왔다. 자현 스님은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상위 1% 대접을 받고 한국불교계에서 25년을 지낸 분이 이제와 역할 없이 비판만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지홍(가운데) 스님이 8월 18일 오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복신앙 탈피를 골자로 한 신행 혁신 운동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지홍(가운데) 스님이 8월 18일 오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복신앙 탈피를 골자로 한 신행 혁신 운동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공

논쟁이 거듭되는 가운데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은 “오해 여부를 떠나 (기복신앙 문제가) 원칙적으로는 현각 스님의 지적이 옳다”는 입장을 밝히며 ‘신행(信行) 혁신 운동’ 계획을 선포했다. 개인의 안녕과 기복을 추구하는 기도보다는, 일상에서 화두를 참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수행법을 신자들에게 적극 지도하겠다는 취지다. 구체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라 사찰 문화의 변화상을 지켜볼 만 하다.

김조광수를 어찌할 것인가… 개신교계의 화두

개신교계는 동성애 문제로 들끓었다. 개신교 단체들은 그간 여러 해 동안 퀴어문화축제 등에 적극 반대해 왔지만 올해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ㆍ이하 교회협)가 마련한 ‘김조광수 감독 대담회’를 놓고, 교회 내부의 갑론을박이 특히 가열됐다.

당초 교회협은 ‘성소수자에 대한 한국 교회의 태도는 정당한가’ 등을 논의하는 내부 간담회를 거듭한 끝에 김조광수 감독을 초청해 대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일부 교회 단체들은 주최측인 교회협 해체까지 요구하고 나섰고, 행사 당일에도 반대 집회를 열었다.

대담회는 충돌을 우려해 장소를 바꿔 조촐하게 열렸지만, 행사 도중 몰려온 수십 명의 ‘동성애 반대 교인’들의 고성과 기도소리로 대담장이 아수라장이 되면서 김조광수 감독은 쫓기듯 행사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제게 무척 중요한 공간인 교회에서 조차 배척 당해야 하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이런 상처를 여러분만큼은 돌아봐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4월 2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토크 콘서트에 초청된 김조광수 감독이 동성애에 대한 비난 속에 개신교, 천주교, 성공회를 오간 시간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4월 2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토크 콘서트에 초청된 김조광수 감독이 동성애에 대한 비난 속에 개신교, 천주교, 성공회를 오간 시간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파행을 빚긴 했지만 일각에선 올해 처음 이 같은 대담회가 교회에서 마련된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뒀다. 또 올해 퀴어문화축제에서 교회단체의 부스가 등장하기도 하는 등 크고 작은 변화도 있었다. 물론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낙태 여성을 끌어안으라…화해 시도한 천주교계

천주교계는 ‘자비의 희년’ (2015년 12 월8일 ~ 2016년 11월 20일)을 보냈다. 자비의 희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며 특별히 선포한 ‘성스러운 시기’다. 노숙자와 난민에 대한 자비와 지지가 강조되는 가운데, 그간 가톨릭 교회가 보여온 낙태 여성과 이혼 가정 등에 대한 각종 배제와 배척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낙태는 무고한 생명을 끝낸다는 점에서 대죄”라고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도 자비의 희년 동안 사제들이 낙태 여성의 죄를 용서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연말 종교계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어수선한 표정이었다.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끈질기고 비상식적인 인연에 눈길이 쏠렸고, 최씨의 영세교(영세계, 영생교)와 그가 이끈 구국기도회의 실체에 대한 의문이 커진 탓이다. 칙사, 만병통치 능력 등을 사칭한 사이비 교주 최태민과 박 대통령의 인연에 대한 각종 사료와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를 국정에 개입시킨 것이 최태민씨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유사 종교 부분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최순실게이트로 유사종교 관심 높아져

한편, 탄핵 위기에 놓인 박 대통령은 ‘종교계 등 민심을 청취하겠다’며 종교 지도자들과의 면담을 추친하는 등 종교계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면담 자리에서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며 자진사퇴 및 2선 후퇴 등을 권하기도 했다.

종교계의 시국선언과 퇴진 촉구 성명도 이어졌다. 개신교계, 불교계, 천주교계를 막론하고 ““대통령 스스로 손발 묶고 나가야 나라 산다”는 취지의 하야 촉구 선언이 이어졌다. 조계종 등이 공식 입장으로 “촛불 민심을 경청하고 즉각 퇴진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의 버티기가 계속되자, 청와대가 민심청취의 모양새만 갖추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까지 들러리로 세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 2016 문화계 결산

7) 연극ㆍ뮤지컬 : 최순실 때문… ‘촉’ 살아난 연극 뮤지컬

6) 출판: 포스트잇 붙이고 촛불 들고…

5) 문화재 : 경주 지진의 충격 등으로 몸살

4) 학술 : 현실정치와 대치하다

3) 클래식ㆍ국악ㆍ무용 : 시국에 휘청인 공연계

2) 문학 : 맨부커상, 성폭력 일파만파

1) 미술 : 위작ㆍ대작 논란 꼬리를 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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