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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갈라 놓으려 정신병원 강제입원.. 인신보호청구 덕에 풀려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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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갈라 놓으려 정신병원 강제입원.. 인신보호청구 덕에 풀려난 신부

입력
2016.10.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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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헌법 불합치 판단 불구

법 개정 전까진 남용 소지 여전

환자 본인의 동의 없는 강제입원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그러나 최근 4년간 강제입원으로 법률구조공단의 문을 두드린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환자 본인의 동의 없는 강제입원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그러나 최근 4년간 강제입원으로 법률구조공단의 문을 두드린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부모의 결혼 반대로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됐던 30대 여성이 법원에 인신보호 청구를 한 끝에 자유를 찾게 됐다.

A(30)씨는 지난해 초 B씨와 결혼식을 올렸지만 친정의 반대로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다. A씨 부모는 이들 부부가 신혼 여행을 떠난 뒤에도 “당장 귀국해 집으로 오라”고 성화였고,결혼 생활 내내 B씨를 사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같은 해 11월 부부싸움을 한 A씨가 친정에 들어가자, A씨 부모는 이 참에 딸 부부를 떼어놓기로 마음먹었다. A씨 부부는 당일 밤 전화로 화해했지만 A씨는 자신이 잠든 사이 우울증 환자로 지방의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말았다. A씨 부모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과 보호자 2명의 동의만 있으면 본인 동의가 없어도 강제입원을 허용하는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을 남용한 것이다. 병원은 보호자들의 요구에 따라 모든 방문객의 면회를 거부했고, B씨가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면회는 물론 통화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한 달 넘게 병원에 갇혀있던 A씨는 결국 법원에 인신보호 청구를 했다. 인신보호는 부당하게 감금된 사람이 법원에 구제를 요청하는 절차다. A씨로부터 그간의 사정을 전해들은 국선변호인은 심문절차에서 ▦사실혼이라도 배우자의 의사를 가장 중요하게 들어야 하고 ▦본래 목적인 정신질환 치료가 아닌 이혼을 위해 제도가 남용된 점 등을 주장했다.

병원 측은 이 과정에서 A씨를 입원시킬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해 법원이 수용해제 결정을 내리기 전에 A씨를 퇴원시켰다. A씨는 다시 자유를 찾았지만 이미 잃어버린 신혼생활을 이제 되돌릴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9일 환자 본인의 동의 없이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을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했지만, 법이 개정될 때까지는 현행법이 유지돼 여전히 남용될 소지가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수행한 인신보호 사건은 2013년 23건, 2014년 25건 수준이다가 지난해 102건, 올해 8월31일 기준 72건으로 대폭 늘었다.

해당 사건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도 영장이 없으면 구속할 수 없는데, 강제입원은 무제한 수용이 가능해 가족 간 갈등 상황에서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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