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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밥그릇 뺏지 않는 게 기업 경영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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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밥그릇 뺏지 않는 게 기업 경영의 원칙”

입력
2016.07.0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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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은 "남의 밥그릇은 빼앗지 않는 것이 기업경영의 원칙"이라고 말한다. 일러스트 박구원 기자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은 "남의 밥그릇은 빼앗지 않는 것이 기업경영의 원칙"이라고 말한다. 일러스트 박구원 기자

마윈이 말하다

마윈 지음·이기선 옮김

처음북스 발행·484쪽·1만7,000원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어느 B2B 애널리스트 총회에 참석했을 때 일이다. 그가 연설에서 알리바바의 경영 원칙은 “첫째가 고객, 둘째가 직원, 셋째가 주주”라고 밝히자, 골드만 삭스의 한 애널리스트가 “주주를 마지막으로 두는 것이 원칙이라면 알리바바 주식은 사지 않겠다”고 말한다. 마윈의 응수. “아직 팔 기회가 있으니 만약 우리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얼른 파세요.” 마윈은 “우리에게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주주가 아니라 고객이고, 가치와 혁신을 만드는 사람은 직원”이라고 철석같이 믿기 때문이다. 주주들이란 “원하는 대로 해주면 그들은 갑자기 주식을 매도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존재들이며, “주주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시대가 낳은 이익 중심, 이윤 중심 사고의 폐해”다.

셰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 닷컴을 운영하는 알리바바가 2014년 미국 증시에 상장되며 돌풍을 일으키자 창업자 마윈의 경영철학을 배우자는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불었다. 그의 삶과 업적을 영웅적으로 그려낸 평전과 각종 서적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마윈이 말하다’는 알리바바가 사기 사건, 주식 회수, 기업 분할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2010년부터 마윈이 CEO에서 회장직으로 물러난 2013년까지 3년간 그가 행한 다양한 연설과 발언들을 모은 책이다. 제3자들의 분석과 평가를 담은 기존의 책들과 달리 마윈의 구술을 알리바바 그룹이 직접 편집한 ‘알리바바 그룹 인증 서적’이다.

회사 임원회의부터 직원 대상 강연, 세계적인 포럼에서의 공식 연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다양한 청중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마윈이 말하는 핵심적 내용은 변하지 않는다. 기업은 사회를 위해 존재하며,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리바바를 민간기업이 아닌 ‘국유기업’, ‘사회기업’이라고 부르는 마윈은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돈을 버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손 안의 기회와 도구를 이용해 중소기업을 도운 중국 최초의 기업의 될 수 있었다는 점이죠. 보통 상인은 이윤만을 추구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세대는 이런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기업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8,500만원의 자본금으로 창업한 회사가 시가총액 240조 5,000억원의 거대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며, 그러므로 당연히 기업의 비전은 두 개의 생태계-자연환경과 기업-를 구축하고 보호하고 혁신하는 것이 된다. 그가 떠올리는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가 샹그릴라 호텔의 대리주차 담당자가 “며느리가 타오바오(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인터넷 사이트)에서 장사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며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해왔을 때인 이유다.

골목상권까지 탈탈 털어가는 대기업의 만행에 질려버린 한국사람들에게 뭉클하게 호소하는 마윈의 발언들은 “다른 기업들이 하고 싶지 않고, 하려 하지 않으며,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을 하기 위해 기업을 만든다는 대목에 압축돼 있다. 전자상거래의 폭발적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물류산업에 진출하며 마윈은 다른 민간기업들이 투자하지 않는 창고 보관 시스템에 투자하고, 모든 택배회사와 물류회사에 이 시스템을 개방할 것이라고 말한다.

“남의 밥그릇은 빼앗지 않는 것이 기업경영의 원칙이다” “아들이 아무리 원해도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 없다” “우리는 비즈니스 제국이 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작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 같은 발언들이 서너 페이지에 한 번씩 나올 때마다, 우리가 중국을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은 자각이 든다. “2002년 하버드에 갔을 때 한 외국 기업 대표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미쳤군요, 당신이 말한 방식은 중국에서 실현 불가능해요.’ 하지만 우리 회사에 와 보고는 저처럼 미친 사람이 100명쯤 더 있는 것 같다고 대답하더군요.” 13억 중국 인구 중 이런 ‘미친 사람’이 100명뿐일 리는 없다.

자신의 경영 이념이 “교사로 재직한 경험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말하는 마윈은 기업을 사람의 성장을 돕는 곳으로 규정한다. 이 세상 모든 교사는 학생이 자신보다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학생이 감옥에 갇히거나 사형을 받게 된다면 자신의 일처럼 불명예스럽게 여긴다는 것. 그래서 다른 기업가들과 자신의 가장 큰 차이는 “다른 직원들이 저를 뛰어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가치관과 이를 공유하는 인재들, 이 인재들을 키워내는 기업철학. 창업자나 기업가가 아니더라도 배울 바가 많은 ‘황금의 트라이앵글’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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