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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준비 이미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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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준비 이미 돌입했다

입력
2015.10.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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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참여 학자·교사 명단 마련

내년 10월까지 심의 완료할 계획

황우여 "의견 듣고 결정" 말뿐인 셈

당정, 11일 전후 국정화 결정할 듯

사회원로·민변 가세 논란 격화

2013년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받았던 금성출판사, 미래엔, 천재교육, 지학사, 두산동아, 비상교육이 펴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6종.
2013년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받았던 금성출판사, 미래엔, 천재교육, 지학사, 두산동아, 비상교육이 펴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6종.

교육부가 국정감사가 끝난 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줄곧 얘기해왔으나, 정작 산하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이미 국정화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필진으로 참여할 학자들과 현장 교사들의 명단을 마련해 둔데다, 내년 10월까지 집필과 심의를 완료할 계획까지 짜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감사에서 나온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하겠다”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발언은 그저 말뿐이었던 셈이다.

8일 국편 고위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국정 한국사 교과서에 참여할만한 집필진을 이미 검토했다”며 “정부가 국정을 결정하기만 하면 2017학년도부터 도입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모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지만 집필자들이 공모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개별 접촉을 통해 모집하겠다”며 “다만 지금까지 접촉한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국편은 이날 교육부가 ‘2015년도 국정감사 후속조치 현황 보고’에서 중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할 경우 집필진 공모 및 교과서 책임 개발을 위탁하기로 밝힌 기관이다.

국편은 시기별 역사 교과서 개발 계획도 마련해 놓았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국정화를 확정하자 마자 집필진을 11월까지 구성하고 교과서 내용 준거안을 마련, 이를 토대로 내년 10월까지 집필과 심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검정 교과서의 제작과 배포에 통상 2년이 필요하지만, 국정의 경우 심의과정을 대폭 생략할 수 있어 2017학년도 학교보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편 관계자는 “검ㆍ인정제를 유지할 수도 있어 이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국편의 움직임과 달리 이날 국정감사에서 황우여 부총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을 밝혀 달라는 의원들 질의에 “절차에 따라 확정하게 되는데, 사전에 교육부 장관이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점을 이해해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국정감사는 파행을 빚었다. 야당 의원들은 국감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잇따라 요청, “언론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이미 기정사실로 보도된 상황에서 교육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국감을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황 부총리의 입장에 큰 변화가 없자 국감 질의 없이 의사진행발언만 이어가다 결국 정회됐다. 오후 4시 넘어 속개된 국감도 교육부의 국정화 입장을 명확히 해 달라는 요구가 계속돼 정회 뒤 속개되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여당은 국정 교과서의 필요성을 또 다시 강조하면서 정부의 국정화 고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역사교육이 처한 현실을 보면 현행 검정체제에서 다양성과 창의성 더 큰 위협을 받고 있다”며 “8종 중 6종의 교과서는 48년에 남한은 정부수립으로, 북한은 국가수립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유철 원내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김태호 이인제 김을동 이정현 최고위원,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 8명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역사학계에서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역사교과서 정상화 관련 당정협의를 열기로 한 11일을 전후로 국정화 방침을 공식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정은 이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격화하면서 사회원로들과 변호사 단체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역사교과서대책범국민운동본부, 교육바로세우기국민운동 등 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근대사를 폄훼한 좌편향 역사 교과서로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정화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서에는 정원식 전 국무총리와 노재봉 전 국무총리 등 500명의 교육계 원로들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오랜 투쟁 끝에 쟁취한 민주주의 발전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역사를 독재시대로 되돌리려는 반민주적인 발상”이라며 “노골적인 국정교과서로 미래 세대에게 획일적인 역사 해석을 강요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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