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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생생과학] UVA, 진피까지 침투해 피부노화 촉진… UVB는 표피세포 공격 피부암 일으켜

입력
2018.05.26 10: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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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F수치는 자외선 차단량을 의미

수치와 차단 시간은 관계 없어

PA지수는 한국ㆍ일본 등서 사용

시판 제품 대부분 화학적 차단제

물리적 차단제는 뻑뻑하고 백탁현상

어느 것이 더 안전한지 논란 있어

/그림 1 /2018-05-25(한국일보)

이른 더위가 찾아온 요즘 외출하기 전 신경 써야 할 것은 미세먼지뿐만이 아니다. 미세먼지만큼이나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 수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태양광 자외선은 면역력 유지와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비타민D 합성을 도우며 건강에 이로운 역할도 하지만, 과도하면 화상과 피부 노화는 물론 심한 경우 피부암을 일으킨다.

햇빛을 완전히 막을 수 없으면, 자외선의 공격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다. 그런데 차단제가 어떤 원리로 자외선을 막는지 정확히 알면서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품에 적힌 SPF(Sun Protection Factor) 수치가 높을수록, PA(Protection of UVA) ‘+’ 수가 많을수록 차단 효과가 높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는 사람도 드물다.

피부 건강을 유지하고 상황에 맞는 자외선 차단제를 고르려면 종류별로 어떤 특성이 있고 얼마나 차단 효과가 좋은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먼저 자외선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자외선(紫外線)은 한자 그대로 가시광선 중 보랏빛보다 파장이 짧아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 있는 광선이다. 파장의 길이가 가시광선보다는 짧고 의료용으로 쓰이는 X선보다는 길다. X선보다 파장이 길기 때문에 투과성은 떨어지지만 가시광선보다는 에너지가 높아 세포나 세균을 파괴하는 힘이 강하다.

자외선의 파장 범위는 10~380나노미터(㎚ㆍ1㎚는 10억분의 1m)로 파장의 길이에 따라 A, B, C 세 종류로 나뉜다. ▦가시광선과 가장 가까운 영역에 있는 ‘자외선 A’(UVA)는 315~380㎚ ▦‘자외선 B’(UVB)는 280~315㎚ ▦X선과 가까운 영역에 있는 ‘자외선 C’(UVC)는 100~280㎚의 파장대로 나뉜다. 피부를 괴롭히는 자외선은 주로 UVA와 UVB다. 자외선 중에서도 세포 파괴와 살균력이 강한 UVC는 파장이 짧아 지구 10~40㎞ 상공의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을 통과하면서 대부분 흡수된다.

2018-05-25(한국일보)
2018-05-25(한국일보)

UVA는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피부 노화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파장이 짧아서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그늘에 있어도, 구름이 끼어 흐리거나 비가 와도 피부에 영향을 주고, 유리를 잘 통과하지 못하는 UVB와 달리 유리를 통과해 피부까지 닿는다. UVB는 피부 표피층에 흡수되면서 화상을 일으키는 반면 파장이 긴 UVA는 표피층을 뚫고 진피까지 도달해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 자외선이 침투하면 인체는 면역 기능을 발동해 멜라닌이라는 검은 색소를 생성하는데 그것이 자외선 일부를 흡수하면서 기미와 주근깨를 만들고 피부색을 검게 변화시킨다. 햇볕이 강한 여름에 특히 늘어나는 UVB는 표피층에서 강한 화학 작용을 일으키며 일광 화상, 피부암을 일으킨다. 최근에는 UVA도 노출 시간이 피부를 그을릴 정도로 길어지면 피부암 발생의 위험이 UVB만큼이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제 자외선 차단제로 돌아오자. 자외선 차단제에 쓰이는 PA와 SPF는 각각 UVA와 UVB를 얼마나 차단하는지 나타내는 지수다. SPF는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피부를 기준으로 얼마나 차단 효과가 높은지를 말해준다. SPF 수치는 피부에 홍반을 일으키지 않도록 차단제가 막아주는 UVB 양을 가리킨다. PA 지수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정하는데 수치의 범위를 + 개수로 표기한다는 점이 다르다. 피부에 닿는 자외선량이 많지 않은 일상생활에는 SPF15~30, PA++이상이면 충분하지만 오랜 시간 야외에 있어야 한다면 최고 지수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SPF는 국제 표준 지수지만 PA는 한국ㆍ일본 등 아시아에서 주로 쓰인다.

SPF에 관해 가장 널리 퍼져있는 오해는 수치에 비례해 차단 효과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박정은 아모레퍼시픽 스킨케어 디비전 연구원은 “SPF 지수는 차단 지속 시간과 큰 상관관계가 없으며 단지 자외선으로 인한 홍반이나 흑화 현상을 막아줄 수 있는 정도를 표시하는 것”이라며 “외부 환경과 개인의 피부 특성에 따라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인 수치로 이해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미국 식품의약처(FDA)도 공식 홈페이지에 “SPF 수치는 차단 효과 지속 시간과 직접적 관련은 없고, 단지 자외선 차단량에 비례한다”고 알리고 있다.

차단제 성분에 따라 다른 기능을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자외선 차단제는 인공 합성한 유기물질이 자외선을 흡수해 열에너지로 분산시키는 유기 제품(화학적 차단제)과 무기물질이 자외선을 산란시키고 반사해 피부 침투를 막는 무기 제품(물리적 차단제)으로 나뉜다.

포장지의 성분표시를 읽어보면 유기 제품인지 무기 제품인지 알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자외선 차단제는 유기 제품이다. 유기 제품의 대표 성분으로는 옥티녹세이트(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 아보벤존(부틸메톡시디벤조일메탄), 옥시벤존(벤조페논-3) 등이 있다. 성분마다 기능도 달라서 아보벤존은 UVA,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는 UVB 차단 효과가 크다. 이 가운데 옥시벤존은 유해성 논란이 일면서 세계적으로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아보벤존과 옥시벤존 같은 벤젠 유도체 흡수제에 함유된 안정적 구조가 자외선에 노출될 경우 자외선이 지닌 에너지를 흡수해 불안정한 구조로 변하는데 열을 배출한 뒤에는 다시 안정된 구조로 돌아간다. 박 연구원은 “화학적 성분이 가역반응을 하므로 차단 효과가 떨어지진 않지만 옷이나 손에 닿거나 땀, 피부 분비물에 의해 지워질 수 있어 2, 3시간에 한번씩 다시 발라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는 산화아연(징크옥사이드)이나 이산화티타늄(티타늄디옥사이드) 등 굴절률이 높은 광학적 성질을 지닌 무기화합물이 피부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해 자외선을 반사하거나 산란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자외선의 단파장이 투과할 수 없는 무기 입자로 피부에 광물성 장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피부에 부드럽게 잘 발리고 사용감이 좋아 널리 쓰이는 화학적 차단제와 달리 물리적 차단제는 뻑뻑하고 하얗게 들뜨는 백탁 현상이 있어 지금까지 잘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학적 차단제 성분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물리적 차단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사용감이나 백탁 현상 등 단점을 보완한 제품도 점점 늘고 있다.

자외선 차단제가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만큼 인체에 해를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기 제품과 무기 제품 가운데 어느 것이 덜 유해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박 연구원은 “유기ㆍ무기 제품 중 어느 것이 더 안정적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개인의 피부 특성과 사용 목적에 따라 가장 자극이 없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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