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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말 많은 교황 일정 방한 이후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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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말 많은 교황 일정 방한 이후가 걱정된다

입력
2014.08.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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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의 방한에서 얻고자 하는 게 뭘까요?”

얼마 전 만난 한 신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교황의 팬이라는 그는 “방한 일정표를 들여다 볼수록 반신반의하게 된다”고 했다. 동료 사제들 사이에서도 그런 얘기가 종종 나온다고 한다. 그 중심에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이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3월 교황 방한 일정을 발표하면서 “그곳(꽃동네)에 계신 분들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분들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꽃동네는 한해 정부 지원금이 약 250억원에 달하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장애인 요양시설이다. 설립자 오웅진 신부는 배임 횡령 의혹에 휩싸여 있다. 사회와 격리해 장애인을 수용하는 방식도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는다. 가난한 사람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이 꽃동네보다 더 필요한 곳이 한국에는 없을까. 즉위 후 첫 해외 방문지였던 브라질에서도 빈민촌 바르깅야 파벨라를 찾아 우산도 마다하고 비를 맞으며 희망의 메시지를 설파했던 교황이 아닌가. 교황이 세월호 참사 유족과 생존학생을 면담키로 한 것도 당초 계획에 없다가 가족 측이 천주교에 요청해 겨우 성사됐다.

천주교의 ‘밀실 준비’도 뒷말을 낳는다. 교황은 방한 중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하는 17개국 청년대표와 오찬을 한다. 교황이 그간 청년의 역할을 강조해온 데다 방한 중 단 두 번 있는 공개 식사 중 하나이기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천주교는 이 자리에 참석하는 한국 청년 대표의 선정 기준과 과정에 입을 닫고 있다. 지난달 14일 언론 간담회 때 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대전교구는 “추천이 들어온 청년들 중 영어 가능자를 대상으로 잘 알아서 뽑았다”고만 되풀이 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프란치스코교황방한준비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주요관계자들이 한국 천주교회 초기 순교자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 시복식' 미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교황방한준비위원회 대변인 허영엽 신부, 교황방한서울대교구준비위원회 행사분과위원 이종환 신부(명동대성당 부주임), 교황방한서울대교구준비위원회 행사담당 유경촌 주교, 교황방한서울대교구준비위원회 행사분과위원 김용배 감독(서울행사 총감독). 시복식은 오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사형태로 거행되며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하며 교황의 양 옆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의 공동 집전한다. 뉴시스
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프란치스코교황방한준비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주요관계자들이 한국 천주교회 초기 순교자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 시복식' 미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교황방한준비위원회 대변인 허영엽 신부, 교황방한서울대교구준비위원회 행사분과위원 이종환 신부(명동대성당 부주임), 교황방한서울대교구준비위원회 행사담당 유경촌 주교, 교황방한서울대교구준비위원회 행사분과위원 김용배 감독(서울행사 총감독). 시복식은 오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사형태로 거행되며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하며 교황의 양 옆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의 공동 집전한다. 뉴시스

교황의 요청을 언론에 잘못 전달하는 실수도 있었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지난달 “(교황이) 한국 차 중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준비위 관계자는 최근 “교황청이 ‘작은 차’라고 한 것을 ‘가장 작은 차’라고 전하는 바람에 혼선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작은 차’와 ‘가장 작은 차’는 엄연히 다르다. 교황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기에 자칫 외교 논란으로 커질 수 있다. 준비위 측은 교황이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에 북측이 지난 달 말 “사정상 참석하기 어렵다”고 회신을 해왔는데도 공개하지 않다가 5일 관련 보도가 나서야 그 사실을 밝혔다.

교황 방한의 진정한 의미보다, 한국 천주교를 치장하는 행사에 더 관심이 있는 건 아닐까. 교황 방한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건 그래서일 거다. “교황의 메시지를 직시한다면 교황의 방한이 한국 천주교의 개혁으로 이어져야 마땅하지만, 보수적인 한국 가톨릭의 기득권을 재확인하는 데 이용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신학연구소 이사장인 김항섭 한신대 교수의 말이다.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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