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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침침해 노안인 줄 알았더니… 실명까지 부르는 황반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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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침침해 노안인 줄 알았더니… 실명까지 부르는 황반변성

입력
2015.12.2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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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 땐 사람도 구별 못할 정도

美 실명 원인 1위, 국내 환자 7000명

B형 간염ㆍ빈혈 등이 발병 원인

마르고 콜레스테롤 높아도 위험

안과 정기 검진 통해 예방을

채소 많이 먹고 자외선 피해야

정상인이 본 시야.
정상인이 본 시야.
황반변성 환자가 본 시야.
황반변성 환자가 본 시야.

나이 들어 눈이 침침하며 으레 “노안이 왔구나”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 눈이 침침하다고 다 노안은 아니다. 노안이라면 가까운 거리는 잘 보이지 않지만 먼 거리는 잘 보인다. 수정체가 보는 거리에 따라 두꺼워졌다 얇아졌다 하면서 자동으로 초점을 조절하는데, 노화로 인해 수정체 탄력이 줄어들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먼 거리나 가까운 거리를 모두 잘 보지 못하면 노안은 아니다. 특히 시야 중심부가 점으로 가려놓은 것처럼 흐리거나 검게 보인다면 황반변성일 가능성이 높다. 황반변성은 녹내장, 당뇨망막증, 백내장 등과 함께 60세 이상에서 실명을 초래하는 주 원인으로, 미국에서는 이미 고령인 실명 원인 1위다.

황반변성으로 실명 위기 3,000명가량돼

눈의 망막 중심(황반) 아래층을 이루는 혈관층인 맥락막은 영양물질을 공급하고 망막세포에서 나오는 대사물질을 제거한다. 그런데 노화로 인해 맥락막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망막세포 부분까지 뚫고 나와 시세포를 파괴해 황반변성을 일으킨다. 황반변성이 되면 수개월이나 2년 안에 실명할 수 있다. 건성과 습성의 2가지 형태가 있는데, 이 가운데 황반변성의 10~15%를 차지하는 습성 황반변성이 실명을 일으킨다.

황반변성은 초기에 자각 증상이 없고 시력 저하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차츰 글자나 직선이 흔들려 보이거나 굽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고, 급기야 사람 얼굴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시력이 손상된다.

현재 국내 습성 황반변성 환자 수는 5,000~7,000명인 것으로 추정되며 실명 위기에 직면한 환자도 2,000~3,000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이 2008~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40세 이상 1만4,352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40~69세에서는 황반변성이 6.6%이었지만 70세 이상에서는 18%나 됐다.

정상인이 본 암슬러격자(왼쪽)와 황반변성 환자가 본 암슬러격자(오른쪽).
정상인이 본 암슬러격자(왼쪽)와 황반변성 환자가 본 암슬러격자(오른쪽).

B형 간염ㆍ빈혈이 원인으로 드러나

황반변성 발병 원인은 그 동안 노화나 유전 등을 빼고는 잘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담배 많이 피우는 사람, 야외활동이 많아 자외선을 많이 쬐는 사람, 과체중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 가족 중에 황반변성이 있는 사람은 나이 들어 이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연구 결과, 비만이나 고지혈증인 사람보다 마른 사람이 황반변성에 잘 걸리고, B형 간염, 빈혈 등이 발병 위험을 높인다”며 “특히 B형 간염 항원을 가진 사람, 즉 B형 간염 환자나 보균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생 위험이 96% 높다”고 했다.

빈혈도 40% 정도 발생 위험을 높였다. 직업별로는 생산직이 사무직에 비해 82%, 사무직은 60%가량 발생 위험이 높았다. 박 교수는 “평소 빈혈이 있거나 B형 간염에 감염된 환자나 보균자는 황반변성에 걸릴 위험성이 높은 만큼 정기적인 안과 검사를 통해 황반부 이상을 초기에 발견해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 상실을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드물지만 유전적인 영향으로 ‘이른 시기’인 40대에 황반변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한, 흡연과 지방질이 많은 식사, 비만, 고지혈증 등이 황반변성 발병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의심돼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로 오히려 비만한 사람보다는 마른 사람이 더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심장과 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황반변성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박 교수는 “기름진 음식 등 서구식 식생활이 나쁘다는 기존 학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균형 있는 식생활로 적정 몸무게를 유지하고, 빈혈과 B형 간염을 예방하는 것이 황반변성 발병을 억제한다”고 했다. 그는 또 “담배를 끊는 것이 노년의 눈 건강과 시력 유지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시력 떨어지는 속도 늦출 수 있어

황반변성은 레이저요법이나 광역학요법으로 치료한다. 하지만 이들 치료법은 모두 실명을 늦추거나, 이미 손상된 시력을 유지하는 정도의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다행히 최근 잃어버린 시력을 회복해 주는 치료제가 나왔다.

따라서 황반변성으로 진단되면 치료 방침은 시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이동원 건양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황반변성이 진단되면 치료를 한다고 해도 이미 잃어버린 시력을 회복하기는 힘들다”며 “이미 잃어버린 시력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보존적 치료가 주로 이용된다”고 했다.

보존적 치료로는 망막에 새로 생긴 혈관이 더 자라지 않도록 하는 약물을 주사하는 방법과 특수 빛을 이용한 광역학 치료가 효과를 내고 있다. 또 조기 발견할수록 실명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어 50세를 넘기면 1~2년에 한번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김중곤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증상이 나타난 뒤 오래 지나면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시력 저하 등과 같은 후유증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르면 수개월 안에도 이런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빠른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황반변성을 예방하려면 고기 위주 식생활을 채소 중심으로 바꾸는 것도 효과적이다. 노화를 방지하는 시금치와 브로콜리, 파슬리, 케일 등 푸른 잎 채소를 즐겨 먹는 것이 좋다. 햇볕에 과다 노출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자외선은 각막뿐 아니라 눈 속 깊은 곳까지 침투해 황반변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권대익 한국일보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황반변성의 주요 증상>

- 글자체가 흔들려 보인다.

- 직선이 굽어 보인다.

-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글자의 공백이 보인다.

- 그림을 볼 때 어느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 시야 가운데가 흐릿하다, 시야 중심에 검거나 빈 부분이 있다.

- 시력이 떨어진다.

- 물체가 찌그러져 보이는 ‘변시증’이 나타난다.

- 물체 색깔이 이상하게 보이는 ‘변색증’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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