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김정은이 왕이 만났다”… 중국, 차이나 패싱 우려 이례적 속보

알림

“김정은이 왕이 만났다”… 중국, 차이나 패싱 우려 이례적 속보

입력
2018.05.03 19:03
6면
0 0

#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 후에도

주한미군 주둔 용인 방침에 발칵

왕이, 방북 내내 中 역할론 부각

# 왕이 “北 결단에 긍정적 변화”

金 “북중우호, 선대의 귀중한 유산”

그림 13일 북한 평양을 방문한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국 외교부 웨이보ㆍ연합뉴스
그림 13일 북한 평양을 방문한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국 외교부 웨이보ㆍ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 공식계정을 통해 곧바로 회동 사실과 함께 이례적으로 대화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왕 국무위원은 이날 김 위원장에게 “북한의 시세를 잘 살핀 판단과 과감한 결단으로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며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과 ‘판문점 선언’에 지지와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이어 북한의 경제건설로의 전략적 중심 전환,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의 안보 우려 해결 추진과 관련해서도 “중국은 북한과의 소통을 유지하고 협조를 강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도 “북중 우호관계는 선대가 물려준 귀중한 유산”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공헌을 높이 평가하고,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북한의 결연한 입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가 이처럼 두 사람의 회동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과 관련, 베이징(北京)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한반도 정세변화에서 소외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의 우려는 특히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주한 미군 주둔을 용인키로 한 것과 관련된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 방침이 알려지자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는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초 극비리에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하면서 사실상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한 것으로 전해지자, 왕 국무위원이 북한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평양으로 날아갔다는 것이다.

사실 주한미군 문제를 두고 북한과 중국의 입장은 미묘하게 갈린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과거부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건 체제 전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며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로 적대관계가 청산되면 더 이상 위협요인으로 볼 이유가 없고 오히려 중국의 지나친 간섭을 견제하며 미중 간 등거리 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의식하는 중국에겐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이 큰 압박이다. 더욱이 중국의 턱 밑에 위치한 평택 기지는 미군의 해외 단일기지로는 최대 규모다. 중국이 평화협정 체결 후엔 미군 주도의 유엔군 역할이 없어지고 주한미군의 존재 의미도 없어진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라고 권유하거나 직접 나서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현실적으로 남북이 모두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기정사실화할 경우 정치적ㆍ외교적 실익은 없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종전협정 당사국임을 들어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밝히면서도 종전 선언이 남ㆍ북ㆍ미 3자 간에 진행될 가능성에 대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선택한 방안은 북한과의 밀착 행보를 통해 대외적으로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북한에는 경제 지원책을 제시함으로써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는 쪽이다.

실제 중국은 북한의 단계적ㆍ동시적 비핵화 프로세스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진정성이 있다”고 치켜세우는 등 ‘정치적 후견인’을 자처하고 있다. 왕 국무위원도 방북 기간 내내 양국 간 우호관계를 강조함으로써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켰다. 관영 매체와 관변 학자들은 연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완화와 미국ㆍ일본 등의 독자제재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북미 간 직접대화를 주장해왔지만 한국에 이어 북한까지 미국과 밀착하는 상황을 가장 경계하고 있고 그 핵심에 주한미군 문제가 있다”면서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정책 방향이 분명하게 확인되면 중국도 그에 맞춰 한반도 정책을 일부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