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서른 살의 직장인 여자입니다. 작년 말에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친구와는 사귄 지 8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결혼 생각을 하던 차에 만난 남자친구라서 이 사람과 결혼까지도 생각하고 있는데, 문제는 바로 그와의 잠자리에 대한 겁니다. 외모부터 성격 직업까지 다 맘에 들고 같이 있으면 마냥 좋은데, 딱히 몸이 끌리는 느낌이 없달까요. 잠자리를 가져도 정말 별 감흥이 없었어요. 예전 남자친구들과도 딱히 스킨십을 즐겼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런 사람과 결혼을 해도 되는 건지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친구들은 부부생활엔 속궁합이 중요하다며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고 하는데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사람은 누구든 행복하게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 애쓰며, 저축도 하고, 이런 저런 여가생활도 즐기려고 하고, 또 좋은 사람을 찾으려고 애쓰고 고민도 하는 거겠죠. 그런데 어쩌면 이처럼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들이 행복이라는 감정상태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기에, 우리가 행복해지는 일은 어찌 보면 쉬우면서도 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일 때문에 행복해질 수도 있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일 때문에 순식간에 불행함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속궁합 이야기를 하셨는데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이 두 가지에도 연관관계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엔 어떤 결론이 존재할까요? '연인간 행복에는 속궁합이 맞는 것이 필수적이다'라는 결론? '연인간 행복에는 속궁합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라는 결론? 어쩌면 당신이 찾고 있는 정답은 둘 중 하나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제대로 된 답에 이를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느냐고요? 그 답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당신에게서 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당신이 살아오면서, 누군가와 몸으로 소통을 하고 뜨겁게 사랑 받는 경험을 통해 얼마만큼의 행복을 기대했고 또 느꼈는지 생각해보세요. 지금까지 몇 번쯤 연애 관계를 경험했다면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을 선호하고, 이러이러한 관계를 편안하다고 느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에요. 그렇다면 당신에게는 당신이 선호하는 사람이나 연애 관계의 성격에 대한 자신만의 데이터, 그리고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이 존재하는 것이라 말해도 좋겠죠. 잠자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당신의 뚜렷한 주관이 필요해요. '섹스가 잘 맞는 건 부부 사이에 정말 필수적이야'라고 결론을 내린 사람도 있을 테고, '어차피 몇 년 지나면 다 똑같아. 성격 무난하고 대화 잘 통하는 게 가장 중요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죠. 당신의 친구들은 아마 전자에 속하는 사람들이겠지만, 당신 스스로의 생각이 제대로 서지 않은 상태에선 후자 쪽에 속하는 사람을 만난 후엔 또 다시 마음이 흔들릴 걸요? 다른 사람의 조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것도 때론 괜찮은 방법이 되지만, '나는 나의 행복과 이것이 얼마나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의 삶을 통해 답을 내려가는 것만큼 정확한 답이 나올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속궁합'이라는 말, 그저 뭉뚱그려 표현하고 어떤 면에서는 닳고 닳아버린 그 말에 너무 많은 가치를 두지 마세요. 다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제 나만의 정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일단 적극적으로 행동하시길 바래요. 어떻게 만져달라고, 어떻게 키스해달라고, 나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세요. 그 사람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충실히 들어 주고요. 그리고 긴장을 풀고 그 시간을 온전히 당신의 행복에 관한 것으로 만들어 가보세요. 당신에게는 확실한 문제의식이 있었으므로, 당신이 먼저 지금의 뜨뜻미지근한 시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변화해야 합니다. 그럼 분명히 두 사람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 속궁합에 대해서 그럼 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저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몸이 끌리고, 달아오르고, 함께 격정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서로의 몸에 친밀한 느낌을 유지하는 일이란 두 사람의 관계를 가깝고 또 뜨겁게 유지시켜주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너무 취향이나 욕구가 다른 사람과는 오래 행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건 어찌되었건 제 결론이니까요. 당신의 결론은 당신이 구할 수 있기를!
연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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