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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는 美 눈치보기

입력
2017.11.13 17:5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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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트럼프 앞서 노래까지

“동맹” 불구 줄타기 외교 전형

베트남도 무기구매 요구에 고민

로드리고 두테르테(왼쪽) 필리핀 대통령이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왼쪽) 필리핀 대통령이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회원국들은 동시에 미국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면서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쪽에 바짝 다가설 경우 역내 안정과 경제성장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이 보이고 있는 행보가 대표적이다.

13일 카렌 올리비아 지메노 필리핀 공공사업도로부 차관(법률 담당)이 올린 트위터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마닐라 SMX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 창설 50주년 갈라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필리핀 인기 가요 ‘당신(Ikaw)’을 불렀다. 과거 다바오시 시장 재직 당시에도 TV에 나와 불렀던 노래로, ‘당신은 나의 빛’이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그는 노래를 마친 뒤 “신사숙녀 여러분, 미국 총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필리타 코랄레스와 듀엣으로 노래했다”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외교가에서는 동남아 국가들의 ‘줄타기 외교’의 전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말 미국 전임 행정부가 자신의 마약범 유혈 소탕과 관련 인권 유린을 비판하자 ‘개XX’라는 욕설을 서슴지 않았고, 이후 합동 군사 훈련도 중단하는 등 미국과는 등을 지다시피 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며 “중요한 동맹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맞고 있는 베트남도 양국 사이서 고민이 깊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 총리 등과의 회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해결을 중재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며 손을 내민 데 이어 “미국은 세계 최고의 미사일을 만든다”며 미국으로부터 미사일과 다른 무기 체계를 구매할 것을 압박했다. 베트남 외교 최대 현안인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당근’을 제시하면서 통상 압박을 넣은 것이다.

이에 베트남 관영 찌턱VN은 “무기 구매 계약은 아주 복잡한 문제”라며 “구매 결정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무기 구매가 결국 남중국해를 두고 갈등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하게 될 것인 만큼 관련 행보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를 인용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이 있으면 우리는 선택을 강요당한다”며 큰 나라들을 이웃으로 둔 소국의 고민을 전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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