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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문재인 정부는 복지국가를 꿈꾸고 있을까?

입력
2017.07.1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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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려 85.9%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잘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실질적 평가라기보다는 국민의 기대가 표출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보수정부 9년간 피폐해진 민생을 생각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출범한 지 두 달 된 정권이 국민 생활에 실질적 변화를 주는 것은 쉽지 않다. 세종대왕께서 대통령이 되신다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정권 인수 기간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질적 평가는 이제부터다.

대통령이 스스로 옷을 걸고, 참모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시민에게 다가서는 모습은 분명 보수정권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민생을 괴롭혔던 적폐를 청산하는 일은 ‘스스로 옷을 거는 일’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외교안보 문제를 제외하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지지 여부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얼마나 잘 해결하는지에 달려있다.

지금과 같은 불평등과 양극화가 지속된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는 커다란 실망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수출실적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514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은 재벌뿐이었다. 한국 사회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제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됐다. 재벌에게 좋은 일은 국민에게는 나쁜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개발국가의 적폐를 일소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복지지출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정작 한국 사회가 만들어갈 복지국가의 상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2016년 기준으로 그리스의 GDP 대비 사회지출은 27.0%로, 스웨덴의 27.1%와 거의 같다. 그러나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니계수를 보면 그리스는 0.340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하는 데 반해 스웨덴은 0.275에 그치고 있다. 빈곤율도 마찬가지이다. 두 사례는 복지지출의 증가가 반드시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복지국가의 상이 필요한 이유이다.

일부에서 ‘중부담 중복지’를 주장하지만, 이는 지출 규모만 이야기할 뿐 한국 사회가 만들어갈 복지국가의 모습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한다. GDP 대비 사회지출은 2008년 7.7%에서 2016년 10.4%로, 보수정부 9년 동안 2.7% 포인트 증가해 민주정부 10년 동안 증가분 2.3% 포인트보다 높았다. 하지만 한국은 보수정권 9년 동안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더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위기관리에 집착했던 김대중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 완화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경도되었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대폭 낮아지고, 민간 영리기관을 중심으로 사회서비스가 확대되었으며, 의료민영화가 기획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집권 후반기에 만들어진 사회비전 2030은 제대로 실천해보지도 못하고 시장주의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주었다.

설마 이데올로기의 종언과 계급 없는 사회를 믿으며, 비전보다는 현실 문제를 풀어가는 프로그램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전 없는 실용주의가 국민의 삶에 어떤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지난 20년의 경험으로 충분하다. 과감하고 담대한 비전 제시와 실천이 필요하다. 현실적 제약을 운운하며 담대한 복지국가의 길을 걷지 못한다면 결과는 명확하다. 친시장주의 세력의 재집권이다. 국정기획 자문위의 비전과 박능후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생각이 궁금하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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