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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토지공개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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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토지공개념의 역사

입력
2018.03.27 15: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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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신현식 건설부 장관은 “토지를 절대로 사유물로 인정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실정에 비추어 볼 때 토지공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은 이 말에서 생겨났다. 1970년대 중반 중동건설 특수로 들어온 유동자금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이를 잡기 위한 대책의 도입을 설명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장관의 발언은 1978년 부동산 투기 억제 및 지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인 8.8조치에서 토지공개념위원회 구성으로 옮겨졌다. 실제 정책으로의 구현은 이로부터 11여 년 뒤인 1989년이다.

당시 부동산 투기광풍으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오른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전세입자들이 연이어 자살했다. 신군부 정권으로서는 국민을 회유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토지공개념 3법과 주택 200만호 공급(5개 신도시건설)은 이렇게 나온 파격적 정책이었다. 이중 토지공개념은 당시 국토연구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토지공개념위원회를 구성해 입법화가 추진되었다. 그 결과 토지공개념은 ‘택지소유 상한제’, ‘토지 초과이득세’, ‘개발이익 환수제’, ‘공시지가’, ‘종합토지세’ 등 다섯 가지 제도로 태어났다. 이 중 앞의 세 가지를 토지공개념 3대 입법이라 부른다. 택지소유 상한제와 개발이익 환수제는 토지공개념위원회의 연구결과라면, 토지 초과이득세는 재무부가 독자 구상한 것이었다.

한국의 독특한 표현인 토지공개념은 그 지향이나 내용에서 토지의 사적 소유의 원칙을 전제로 하면서 이용(권), 수익(권), 그리고 처분(권)을 공익차원에서 국가가 통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헌법의 출발이 된 1919년 독일 바이마르 헌법 이후 대부분 나라들은 토지의 공공성을 제도화했다. 우리의 현행 헌법 제23조도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고 그 행사는 공공복리에 맞도록 한다고 했다. 또 제122조는 국토의 효율적, 균형적 이용, 개발, 보전을 위해 법률에 의한 제한과 의무를 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토지공개념이 실제 개별법으로 입법화할 때는 저런 원칙을 입법 기술적으로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했다. 그 결과 택지소유 상한법은 1998년 폐지된 후 1999년 ‘위헌’ 판정을 받았고, 토지초과이득세법은 1994년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뒤 1998년 폐지됐지만, ‘개발이익 환수법’은 IMF위기로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적용만 유예되었다. 앞의 두 법도 토지공개념 자체가 아니라 이행수단의 법리적 문제로 폐지되었다.

가령, 택지소유상한법에 대한 헌재 결정을 보면 ‘우리의 협소한 국토현실과 공익목적상 택지의 소유 상한을 정하는 자체는 합헌’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소유상한으로 정한 200평은 너무 적은 면적일 뿐만 아니라 일률적으로 이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국민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토지초과이득세법에 대해서도 지가산정방식, 과표산정방식, 단일비례세율, 중복과세 등을 헌법 불합치 사유로 지적했다. 헌법 불합치란 헌법에 맞게 해당 법령을 개정하면 위헌이 되지 않음을 뜻한다. 하지만 엄청난 민원과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토지초과이득세법은 결국 폐지되었다. 200만호 주택공급으로 인한 부동산시장 안정화가 토지공개념법의 존속 필요성을 약화시키기도 했다.

이는, 토지공개념 3법이 폐지 내지 무력화되었지만 토지공개념의 본질인 토지의 공공성에 관한 원칙이나 중요성은 결코 훼손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사회는 정의롭지 못한 부동산 문제로부터 한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토지공개념의 역사는 토지공개념을 폐기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와 본질에 충실하도록 더욱 강화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개헌을 통한 토지공개념의 재도입은 토지의 공공성에 관한 헌법적 원칙을 재설정하고 이를 올곧게 이행할 수 있는 실행법과 구체제도를 강구하기 위한 것이다.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ㆍ단국대 도시계획 부동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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