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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폐렴 사망률 68배 높아… 증상 없어 더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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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폐렴 사망률 68배 높아… 증상 없어 더 치명적

입력
2017.12.25 18: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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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환자 사망 5년 새 60% 증가…중증 폐렴 사망률 40% 넘어

고령인, 식욕 저하, 자주 졸린다면 폐렴 의심해야

4일 이상 38도 고열, 심한 기침, 노란 가래가 일반 증상

폐렴에 걸리면 나흘 이상 38도가 넘는 고열과 함께 심한 기침, 노란 가래가 나오는데 고령인에게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폐렴을 알아채기 힘들다.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폐렴에 걸리면 나흘 이상 38도가 넘는 고열과 함께 심한 기침, 노란 가래가 나오는데 고령인에게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폐렴을 알아채기 힘들다.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감기는 약을 먹으면 7일 만에 낫고, 약을 먹지 않으면 1주일 만에 낫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기침이 1주일 넘게 계속된다면? 폐렴일 수 있다. 폐렴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겨울철 대표적인 질환이다. 나흘 이상 38도 이상의 고혈이 계속되고, 가슴이 찢어질듯한 심한 기침, 노란 가래가 나온다면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 반면 감기는 2~3일 정도 미열이 생기고, 콧물ㆍ코막힘, 인후통 등이 생긴다. 하지만 65세 고령 폐렴 환자에게는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10만명 당 9.4명인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가운데 95%가 65세 이상이다.

식욕 저하, 자주 졸리면 폐렴 의심을

속에는 3억~5억개의 작은 공기 주머니(허파꽈리)가 포도송이처럼 붙어 있는데, 우리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부풀어 올라 공기와 혈액 간에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이 이뤄지게 돕는다. 그런데 폐렴에 걸리면 허파꽈리에 고름과 체액이 차서 숨 쉬는 것이 고통스럽고, 산소도 제대로 흡입하지 못하게 된다.

폐렴을 일으키는 원인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리켓챠, 기생충, 결핵균 등 매우 다양하다. 이상훈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체 세균성 폐렴의 40% 이상이 폐렴구균(폐렴알균)에 의해 발생한다”며 “폐렴구균은 공기 중에 항상 떠다니고 평소 코와 목에 상주한다”고 했다. 기침이나 대화할 때 튀는 작은 침방울로 잘 전염된다.

특히 겨울철에 폐렴 발병비율이 높다. 겨울엔 추위 탓에 실내 활동이 많아져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ㆍ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보통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폐렴이 많이 발병한다”며 “고령인은 흡인(사레 들림)으로 쉽게 폐렴에 걸리는데, 연하장애(삼킴장애)가 주 원인”이라고 했다.

폐렴 환자는 2012년 30만4,345명에서 지난해 33만9,134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2005년 10위에서 2015년엔 4위로 올라섰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인 사망률은 10만명 당 209명으로 65세 미만 사망률(3명)의 68.7배나 된다. 지난해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6,476명으로 2012년보다 5년 새 60% 늘었다(통계청, 2014년 사망원인 통계).

폐렴의 초기 증상이 기침, 가래 등 감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호흡곤란, 고열, 비정상적인 호흡음 등이 있으면 폐렴을 의심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만 고령 환자에게는 이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병을 알아채기 쉽지 않다. 대신 혼돈, 무기력증, 기저질환 악화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열이 있고 기침, 누런 가래가 1주일 이상 지속되면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며 “하지만 고령 환자에게는 이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식욕이 떨어지거나 자주 졸리면 폐렴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창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노화로 인한 폐 변화와 기저 질환 등으로 인해 노인은 폐렴에 걸릴 위험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폐렴을 의심할만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대부분 폐렴을 앓은 지 2주가 지나서야 병원에 온다”고 했다.

폐렴구균 백신접종, 확실한 예방법

폐렴은 일반적으로 흉부 X선 촬영으로 진단할 수 있다. 염증 모양이나 범위, 합병증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시행하기도 한다.

건강한 성인은 폐 속 세균을 없애는 항생제를 투여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1~2주 안에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면역력이 낮은 어린이나 고령자, 당뇨병 천식 결핵 등 기저(基底)질환을 앓고 있으면 폐렴이 쉽게 낫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고령인은 노화로 폐 기능과 면역력이 약해 폐렴에 걸리면 중증(인공호흡기나 혈압상승제를 사용해야 하는 위중한 경우)으로 대부분 악화하는데,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한 중증 폐렴의 사망률은 40%가 넘는다. 또 다른 질환으로 입원했다가 폐렴에 걸리는 안타까운 일도 적지 않다.

가장 좋은 폐렴 예방법은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다. 이를 접종하면 만성질환자는 65~84%의 예방효과를 거둔다. 폐렴구균 백신 접종은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돼 있다. 65세 이상이 무료 접종할 수 있는 23가 다당질백신(프로디악스, 뉴모 23)과 유료로 맞아야 하는 13가 단백접합백신(프리베나)이 있다. 대한감염학회는 23가 다당질백신을 접종한 고령인이라도 1년 뒤 13가 단백접합백신을 추가 접종하도록 권하고 있다. 19~64세 성인 가운데 만성질환자는 23가 다당질백신을, 면역저하자는 두 백신을 모두 맞아야 한다.

하지만 65세 이상 성인의 폐렴구균백신 접종률이 23%에 불과하다. 최 교수는 “백신을 접종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사율이나 중환자실 입원율이 40%나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했다.

금연도 폐렴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폐렴 발생의 30%정도가 흡연과 관련 있고,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반응이 더디기 때문이다. 고령인은 적지 않게 뇌졸중이나 치매 등을 앓고 있어 흡인(사레) 위험성을 줄이는 게 좋다. 고령인이 사레에 들리면 폐렴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사레를 줄이려면 반드시 앉아 식사하고, 식사 후에도 오래 앉아 있으며,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고령인은 폐렴에 걸리지 않도록 생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김 교수는 “습도는 40~50%로 유지하고, 면역력 강화를 위해 단백질 위주로 식사하는 게 좋고, 구강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습관도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폐렴구균
폐렴구균

폐렴 입원 환자와 진료비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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