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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TPPㆍNAFTA 포기… 세계무역 다자체제 존폐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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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TPPㆍNAFTA 포기… 세계무역 다자체제 존폐 기로

입력
2017.01.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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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악영향… 獨ㆍ中 에 이득” 논란

한국 수출 감소ㆍ美 통상 압력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왼쪽) 부통령과 참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왼쪽) 부통령과 참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브렉시트) 결정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적 통상정책이 속속 실체를 드러내면서 유럽경제공동체(EEC) 결성 이래 반세기 가량 지속해온 다자간 무역체제 중심의 세계 통상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천명에 이어 23일(현지시간)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회원국간 정치ㆍ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며 배타적인 역내 교류를 추구하는 ‘다자협정’에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양자협정’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이 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정부의 등장으로 세계는 불과 반년 만에 유럽경제공동체, 북미자유무역시장, 그리고 환태평양 경제공동체 등 대표적인 다자간 무역시스템들이 차례로 궤멸 위기에 놓이는 상황을 목격했다. 이에 따라 다자협정에 기반을 뒀던 세계 무역질서는 새로운 문법에 적응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강성 무역기조를 앞세운 트럼프 정부와 새로 양자협정을 맺어야 하는 각 국가도 기존 다자협정 틀 안에서 보장받았던 이익을 내놓지 않기 위해 피를 튀기는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TPP탈퇴는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다”고 분석했다.

당장 한국 경제도 ▦세계 교역량의 절대 감소 ▦글로벌 통상네트워크 재조정 ▦미국의 통상압력 가중이라는 삼중고에 놓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수순으로 한미FTA 재협상, 나아가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명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 근로자를 위해 아주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TPP 탈퇴에 대해 “미국은 (NAFTA와 TPP라는 다자체제 대신)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양자 무역협정 시대로 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미국의 통상정책 방향이 분명히 다자 체제를 벗어났음을 강조했다. TPP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트럼프 정부가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사실상 해체 위기에 놓였다.

트럼프 정부가 ‘양자 체제’를 선호하는 건 협상 상대방이 하나여서 힘을 바탕으로 이득을 최대한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TPP 등 ‘다자 체제’는 다수 상대방과 같은 조건의 협상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에 이득의 극대화가 힘들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정부가 양자 체제로 선회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NAFTA 존속을 희망하는 멕시코ㆍ캐나다와 재협상을 벌여 양보를 끌어내는 한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14개 ‘양자 FTA’에 대해 필요하면 재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또 FTA는 없지만,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조사해 관세부과 심지어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양자 체제’가 새로운 세계무역질서가 될지, 또 미국 국익에 부합할지는 논란 거리다. CNN은 ▦TPP무산에 따른 교역ㆍ일자리 감소로 미국 노동자의 경제적 이득이 연평균 0.5% 감소하고 ▦중국 주도의 다자협정(RCEPㆍ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TPP의 빈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2000년 이후 세계화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진전된 만큼 다자체제가 기반인 자유무역 흐름을 거역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무시할 수 없다. 유럽에서는 EU의 맹주인 독일이,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한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이 ‘표정 관리’속에 애써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한국에는 시련이 될 수 있다. 세계 교역위축에 따른 전체 수출감소와 미국 시장에서의 강력한 통상압력에 동시 대응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김창규 주미 한국대사관 상무관은 “한국은 대미 통상을 ‘관리 무역’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산 자동차 수입 등 미국 정부가 중시하는 분야는 손해를 감수하고 선제적으로 양보하며 다른 분야에서 실리를 챙기는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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