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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반도 정세 가를 김정은 위원장의 파격적 비핵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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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반도 정세 가를 김정은 위원장의 파격적 비핵화 입장

입력
2018.03.06 20: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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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특사단이 묵직한 선물 보따리를 안고 돌아왔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뿐 아니라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 입장도 포함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선대 유훈까지 거론하며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한반도 정세전환의 분수령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1박2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뒤 기대 이상의 성과를 풀어놨다. 정 실장에 따르면 남북은 4월 말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양 정상 간 핫라인도 설치하기로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 실장을 포함한 특사단 일행을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청사로 초대해 만찬을 주재하는 파격 행보까지 보였다고 한다. 북한이 남측 인사에게 노동당 청사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이로써 남북 관계는 획기적 전환점을 맞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전향적 입장을 밝힌 대목이 주목된다. 정 실장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밝히면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문제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도 표명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으로 변함 없다”는 입장까지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조선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만 간략히 소개했지만 김 위원장이 실제로는 핵ㆍ미사일 실험 잠정 중단 등의 신뢰조치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에 요지부동이던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과감한 양보를 한 셈이다.

대북 특사단이 확보한 성과물은 기대 이상으로 평가할만하다. 정 실장은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입장을 추가로 갖고 있다”며 공개할 수 없는 비장의 카드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미국의 단호한 태도는 여전히 북미 대화의 관건이다. 미국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 요구에 집착하고 있다. 워싱턴 조야에는 ‘북한의 비핵화 선언까지 최대의 압박 작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기류도 분명하다. 핵 프로그램 동결을 선언한 뒤 보상만 챙기고 핵ㆍ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았던 북한의 전력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대화 손짓은 핵개발 시간을 벌기 위한 전술’이라는 의심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특사단의 중재외교는 넘어야 할 산이 작지 않다. 특사단은 이르면 8일 워싱턴으로 건너가 비핵화 접점 찾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상황이 어렵지만 그렇다고 대미 설득 노력을 멈춘다면 그동안의 노고와 성과는 무용지물이 된다. 북한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설명하면서 미국에 대화 문턱을 낮추라고 요구하는 정공법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도 김 위원장의 파격 행보와 대북 특사단의 성과를 외면하지 말고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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