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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박근혜 최순실 공동정권

입력
2016.12.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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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권력세습 과정에 ‘김일성 김정일 공동정권’시기가 있었다. 1997년에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에 따르면 1974년부터 김일성이 사망한 94년까지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공동으로 북한 정권을 이끌었고, 1985년부터는 김정일이 실질적으로 북한을 통치했다. 김정일은 1974년 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위원이 되면서 후계자 지위를 굳혔다.‘당 중앙’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1985년에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김일성은 실권 없는 뒷방 노인네로 물러나 앉았고 사실상 김정일의 1인체제가 확립됐다.

▦ 북한식 권력세습 과정에서나 볼 수 있는 특이현상이겠지만 공동정권이란 말은 꽤나 생경하게 들렸다. 그런 공동정권이란 말을 자유민주주의체제인 우리사회에서도 듣게 될 줄 몰랐다. 7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온 차은택씨는 “최순실-박근혜 공동정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최씨가 박 대통령과 동급이 아닌가 생각했다는 말에 이어서다. 이날 증인들의 입으로 확인한 최씨의 위상은 공동정권이란 말이 결코 과장만이 아니라고 여겨질 정도로 대단했다.

▦ 문화체육부장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에 최씨의 부탁으로 차씨가 추천한 인사들이 줄줄이 임명됐다. 차씨는“최씨 요청으로 문화 창조와 관련한 글을 써줬는데, 얼마 후 대통령 연설에 언급됐다”고도 했다. 고위직 인사에서 대통령 연설문 작성에까지 최씨가 행사한 역할을 생생하게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박 대통령이 최씨 말에 따라 지시하고 정책에 반영한 사례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정도라면 공동정권이 아니라 최씨가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을 통치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 최씨의 또 다른 측근인 고영태씨에 따르면 왕차관, 체육계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김 종 전 문체부 2차관은 최씨에겐 한낱 수행비서에 불과했다. ‘정윤회 문건’사건 때 박관천 전 경정이 “권력순위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라고 했던 말이 크게 틀리지 않았던 셈이다. 이게 나라냐고 분노해 온 국민들은 육성으로 국정농단의 실상을 확인하고 더욱 참담해 하고 있다. 오늘 국회 탄핵 표결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파면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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