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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실금수술 위한 ‘요역동학 검사’ 유용성 논란

입력
2016.01.1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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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타당성 없고 수치감 조장” vs. “다른 이상 발견해 수술성공률 높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요실금 수술 적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오줌 눌 때 압력을 재는 요역동학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요실금 수술 적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오줌 눌 때 압력을 재는 요역동학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 주부 김모(46)씨는 최근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다가 오줌을 찔끔 지리곤 했다. 자칫 남 앞에서 실수할까 두려워 외출도 꺼렸다. 하지만 요실금 되는 일이 잦아 병원에서 오줌 눌 때 압력을 재는 요류역학 검사(요역동학 검사) 후 중부요도슬링수술의 일종인 경폐쇄공 테이프 삽입술(TOT)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시행 중인 요실금 수술 급여기준(2011-144호)에 따르면 요실금 수술 시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먼저 요역동학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의료계 일각에서 이 고시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요실금 보험사기죄’로 고발당한 산부인과 의사 50명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일부 의사들이 “요역동학 검사가 학문적 근거가 없는 불필요한 검사여서 환자를 고통스럽게 하며 사회적 비용만 발생시킨다”고 반발하면서다.

반면 요실금 수술을 하기 전 요역동학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높다. 요역동학 검사를 통해 복압성 요실금 외에 방광이나 요도의 다른 기능적 이상을 미리 발견해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불필요한 수술을 방지할 수 있다는 논거다.

복압성 요실금, 수술로 90% 완치

요실금에는 복압성, 절박성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복압성 요실금은 운동, 기침, 재채기 등 배에 힘을 줄 때 소변이 나오는 증상이다. 출산 후 폐경기에 이른 40~50대 여성 35~40% 정도가 복압성 요실금으로 고통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 분만, 여성호르몬 감소 등으로 인해 방광과 요도, 자궁, 직장을 받쳐주는 골반근육이 약해져 생긴다.

요실금을 예방하려면 평소 항문과 요도를 조여 주는 케겔 운동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이신영 서울의료원 비뇨기과 과장은 “항문을 위로 당겨 올린다는 느낌으로 빠르게 항문과 골반근육을 수축시켰다가 이완하는 것을 반복하는 빠른 골반근육훈련과 10초간 수축시켰다가 10초간 이완시키는 느린 골반근육을 함께 시행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복압성 요실금으로 인해 패드를 사용하지 않고 외출이 어려울 정도라면 TOT수술이 권장된다. 이 수술은 간단하고 효율적이라 완치율이 80~90% 정도다. 인체에 무해한 특수 고안된 생체 테이프를 질 부위에 삽입해 갑작스러운 복압이 생겨도 테이프와 주변조직이 요도를 받쳐줘 소변이 새어 나오지 않게 된다. 수술 시간은 30분~1시간 정도이고, 수술 후 합병증이나 재발이 거의 없다. 수술한 다음 날 소변줄을 제거한 후에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TOT수술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미리 요역동학 검사를 받아야 한다.

요역동학 검사는 압력 측정센서를 부착한 도관(카테터) 1개를 여성의 요도를 통해 방관에 넣고, 다른 1개는 항문을 통해 직장에 삽입하는 과정으로 진행한다. 방광에 식염수를 주입한 상태에서 기침을 하게 하거나 복부에 힘을 주게 해 소변이 새는 동안의 압력을 그래프에 나타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의사는 여성의 요도를 관찰하면서 소변이 새는 순간의 압력을 그래프로 측정하게 된다. 20분~1시간 정도 걸리는 이 검사는 요도와 항문에 가는 관을 넣어야 하므로 고통과 출혈 등 부작용 위험은 물론 환자에게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다.

요역동학 검사 필요성 놓고 학계 논란

복지부는 2007년 고시(2007-3호)를 통해 요실금 수술 전에 요역동학 검사를 의무화하고, 요누출압 수치가 120㎝H2O 미만이라야 건강보험을 적용해줬다. 요실금 수술이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돼 수술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이후 복지부는 2011년 11월 ‘요실금 수술에 관한 고시(2011-144호)’를 개정, 요누출압 120㎝H2O 미만 부분을 삭제했다. 하지만 수술 전 요역동학 검사를 받도록 한 규정은 남겨 뒀다. 따라서 요역동학 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요실금 수술을 하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2009년 요실금 급여기준을 위반했다며 S보험사로부터 사기죄로 고발된 의사 50명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는 “이번 무혐의 처분으로 요역동학 검사의 타당성을 잃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충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요실금 수술 전 요역동학 검사는 진료 담당 의사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하도록 복지부가 고시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2012년 세계 최고 의학저널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린 연구논문을 비롯해 미국 연구(Value Study)와 유럽 VUSIS 연구 등에서 요역동학 검사를 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 수술 성적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내세웠다.

반면 요실금 수술 전 요역동학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요실금 수술 성적이 요역동학 검사와 관계없이 몇 편의 논문만 가지고는 수술 전 요역동학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요역동학 검사가 필요하다는 연구 논문도 수십 편이나 된다”고 했다.

정성진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요역동학 검사 목적은 복압성 요실금의 병태 생리를 평가하는 것보다 방광이나 요도의 다른 기능적 이상을 미리 발견해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불필요한 수술을 막기 위함”이라고 했다.

정성진ㆍ이상은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2003년 5월~2010년 6월 요역동학 검사를 받은 1,019명을 분석한 결과, 검사 하지 않고 수술하면 10명 가운데 2명은 요실금 수술에 실패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 교수는 “요역동학 검사에서 순수 복압성 요실금 환자는 79%였고, 나머지 21%는 요실금 수술 성공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배뇨근과반사, 방광출구폐색, 배뇨근저반사 등이 동반돼 있었다”며 “복압성 요실금에 다른 증상이 있다면 수술법을 달리하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처럼 복압성 요실금 외에 다른 증상이 있다면 수술해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기 힘들 수 있어 수술 전 반드시 요역동학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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