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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버림 받을 수 있다”… 시진핑과 멀어진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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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버림 받을 수 있다”… 시진핑과 멀어진 김정은

입력
2018.03.1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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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인 권력 확대 땐 주변과 충돌

‘習주석 절대권력화’로 불안 자극

金 ‘한미훈련 이해한다’ 발언 등

자주노선 차원서 북미대화 추진

지난달 26일 미국 백악관에서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2016년 5월 북한 평양 노동당 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당 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26일 미국 백악관에서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2016년 5월 북한 평양 노동당 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당 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북아시아 안보 동맹 구도가 흔들릴 조짐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변심 때문이다. 북한이 중국과 결별하면서 어쩌면 한반도 전체가 미국 쪽으로 기울지 모른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혈맹’ 관계였던 북중 사이가 멀어진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가시화한 중국의 ‘시진핑 절대권력화’가 북한의 불안감을 자극하며 원심력을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지난주 초유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기정사실화한 뒤 외교가에서는 베이징의 정치 상황 변화가 평양의 결단에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1인 시대 개막이 김 위원장의 위기 의식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근거는 대략 두 가지다. 우선 역사적으로 1인 권력이 커질수록 중국은 주변국과의 위계(位階)를 세우려는 경향을 보였고 이는 주변국 최고지도자와 충돌을 야기했다. 마오쩌둥과 김일성 사이에 빚어졌던 마찰이 대표적인 예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북중관계가 급속하게 서먹해진 게 두 번째 근거다. 김 위원장은 2013년 말 친중파인 고모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처형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중국이 보호해 온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했다. 같은 해 11월엔 시 주석 특사로 3박 4일이나 방북한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주지도 않고 돌려보냈다. 장기 집권 기반을 다진 시 주석이 이런 도전적 행보를 빌미 삼아 대북 응징에 나설지 모른다고 김 위원장이 판단했을 개연성이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이해한다’는 김 위원장 언급은 북한이 중국에 등을 돌렸다는 정황 증거로 꼽힌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13일 “북핵 문제 해법으로 중국이 ‘쌍잠정’(雙暫停ㆍ북한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잠정 중단)을 제시하는 데에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만큼 김 위원장 말은 중국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고 말했다. 차 연구위원은 이어 “평양이 ‘자신의 핵 보유가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이익’이라는 논리로 워싱턴을 설득하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의 중국 불신은 뿌리가 깊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배신감을 느낀 북한은 90년대 중ㆍ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 아사자가 속출하는데도 중국이 별 도움을 안 주자 더 이상 중국을 믿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고 함택영 북한대학원대 명예교수는 2014년 발표 논문에서 “핵 보유는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 속에서 중국이 언제든 자신을 버릴 수 있다고 여긴 북한이 중국 지원 없이 스스로 체제 보장을 확보하기 위해 자주 노선 차원에서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차 연구위원은 “미국의 북핵 수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북중 밀착이 우리에게 해롭고 북미 수교는 이롭다는 전통적 사고가 반드시 옳지는 않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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