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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조문 하나 하나에 담긴 인문학 고전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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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조문 하나 하나에 담긴 인문학 고전 사상

입력
2015.1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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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발견

박홍순 지음

비아북 발행ㆍ356쪽ㆍ1만5,000원

저자 박홍순은 책 대신 읽어주는 남자다. 딱딱한 고전을 오늘의 관점에서 쉽게 풀어 소개하는 그의 직업은 ‘인문학 저자’. 고전을 밑천 삼아 동서양 미술작품을 소개한 ‘미술관 옆 인문학’, 수천 년 사상사의 주요 논쟁을 가상 토론으로 풀어낸 ‘히스토리아 대논쟁’ 등을 펴냈다. 이번에 꽂힌 분야는 헌법. 이 책은 민주화운동으로 쟁취한 87년 헌법을 한 줄 한 줄 읽으며 그 인문학적 의미를 풀이한다.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서 시작한 책은 헌법의 근간이 된 고전의 핵심 개념을 뽑아내 반복, 변주한다. 플라톤의 ‘법률’, 1776년 미국 독립선언,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인권선언 등을 통해 공화국의 의미와 고대 중세 근대 국가체제의 변화를 소개하는 식이다.

민주주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 직접민주주의에서 시작됐다. 로마시대에 이르면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구분되기 시작하고, 사적 영역인 종교와 공적 영역인 국가 통치가 하나로 들러붙어 있던 중세를 지나 정교분리를 선언한 근대에는 이 두 영역의 공존이 통치의 화두가 된다. 대한민국은 다수에 의한 공적 결정에 의존하는 나라(공화국), 그 결정 방식이 국민이 선출한 의원에 의해 이뤄지는 정치체제(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저자는 네 부분으로 나누어 헌법 속 인문학적 뿌리를 탐색한다. 민주공화국의 의미를 소개한 1장은 주권과 기본권의 뜻을 들여다보고 평화와 통일 원칙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유래를 살핀다. 2장은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 등을 통해 자유의 개념을 살핀다. 3장에서는 켈젠의 ‘순수법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등으로 평등의 원칙을 분석한다. 4장은 벤담의 ‘도덕적 입법의 원리 서설’, 칸트의 ‘법 이론의 형이상학적 원리’ 등을 읽으며 인권과 행복 추구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고전의 혁신적 해석이나 문장의 맛은 없다. 플라톤 ‘법률’부터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까지 약 100여권의 책을 헌법 구문과 함께 350쪽에 담은 태생적 한계다. 음악으로 치면 ‘이지 리스닝’ 계열의 주마간산식 고전 읽기라 아쉬운데, 무심하게 인용한 인문서 구절들은 작금의 한국 사회와 맞물려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오로지 공공복리에만 봉사하려 하고 개인 이익에 대해서는 일체의 권리를 부인하려는 질서는 어떤 경우에도 법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없다.”(근대 법철학자 라드부르흐의 ‘법 지혜에의 잠언’ 중에서)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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