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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문 대통령의 첫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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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문 대통령의 첫 신년사

입력
2018.01.02 15:3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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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TV 시사 프로그램을 보던 중 지도자의 리더십 유형을 머리와 가슴과 배 등 세가지 스타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얘기에 눈길이 갔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중시하는 '머리형 리더', 냉철한 판단보다 국민과의 정서적 공감을 우선시하는 '가슴형 리더', 그리고 확고한 지지층 위에서 배짱과 고집으로 나라를 이끄는 '뱃심형 리더'가 그것이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요구되는 리더십은 제 각각이겠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반도 주변은 자화자찬과 함께 야수적 대결도 불사하는 '뱃심형 스트롱맨'들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 단초는 이들의 신년사에서 읽힌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육성연설 서두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은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이라고 내질렀다. 예상과 달리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사하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조차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두고 보자"며 김 위원장의 말을 애써 무시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는 말로 경고를 대신했다.

▦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몽 실현 등 집권 2기의 야심을 숨기지 않으며 "세계 평화의 건설자이자 국제질서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천명했다.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유엔의 권위와 지위를 수호해 국제적 의무와 책임을 적극 이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논란을 부를 개헌 문제엔 함구한 채 3연임을 통한 새로운 국가 만들기를 내놨고, 4연임을 노리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국민들의 단결과 우정, 사심 없는 조국 사랑이 우리의 힘을 키운다"고 애국심을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스타일일까. 김정은의 메시지가 나오기 전에 배포된 문 대통령의 첫 신년사는 김정은의 제안을 예상한 듯 남북관계 언급을 피한 흔적이 짙다. 야당은 "대통령 신년사에 안보위기나 북핵 언급이 일언반구도 없다"고 비판하지만 적확한 지적은 아니다. 되레 "국민의 삶을 바꾸고 삶의 질을 개선해 피부로 느끼는 삶의 변화를 만들겠다"며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누면 더불어 잘사는 대한민국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집권 2년의 다짐과 포부가 담백하게 와 닿는다. 말이 말을 낳고 화를 부르는 세상이니, 올해 사회 모든 분야가 절제의 지혜를 깨우치면 좋겠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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