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1시 50분 쯤 김모(44)씨가 경기 포천시 야산 바위 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열흘 전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된 후 김씨의 시신을 찾은 것은 경찰견 ‘미르’였다.
미르는 지난달 10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처음 들여온 생후 12개월 된 체취증거견이다. 이날은 미르의 첫 현장 데뷔 날이었다. 함께 투입된 다른 지방경찰청 소속 수색견 4마리보다 빨리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본격 훈련을 시작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성과를 낸 것이다.
북부청이 경찰견을 도입한 것은 개의 발달한 후각을 용의자와 실종자, 시신 등을 찾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수색견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견종(犬種)인 벨기에산 ‘말리노이즈’를 골랐다. 지난 한 달 동안 하루 6시간씩 미르와 훈련을 해온 북부청 과학수사계 최영진(43) 경사는 12일 “미르는 충성심이 뛰어나고 활동성과 지구력이 좋아 산악지형 수색에 적합하다”며 “증거물 선별, 수색, 추적 훈련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웃었다. 최 경사는 2012년 체취증거견 핸들러(운영요원)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찰교육원에서 9주간 체취증거견 고급 과정을 수료한 전문가다.
체취증거견은 인간(약 500만개)의 44배 수준인 2억, 3억개의 후각세포를 갖고 있어 체취 증거를 찾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미르가 소속된 북부청을 포함해 서울 부산 인천 대전 등 전국 지방경찰청 17곳에서 체취증거견이 활약 중이다.
지난해 4월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부근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을 찾은 것도 체취증거견이었다. 서울지방청 체취증거견 ‘나로’가 1,500명의 인력과 헬기 3대가 6시간 넘게 발견하지 못한 성 전 회장의 시신을 투입 5분여 만에 확인했다.
임경호 경기북부청 과학수사계장은 “사건 현장 초기에 놓칠 수 있는 각종 냄새증거를 탐지해 용의자를 신속히 추적ㆍ검거할 수 있도록 미르를 꾸준히 훈련시키겠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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